촛불집회와 관련해 최초로 구속되었던 전현욱 씨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8일 오전 풀려났다. 이날 서울지법 제22형사부(재판장 김상균)는 지난 6월 7일 '미대사관 촛불 인간띠잇기 대회' 참석 도중 진압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구속된 전 씨에게 집시법 위반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으로 유죄를 선고했다.
전 씨는 선고 후 법원을 나오면서 "밖에서 많은 분들이 고생하셨는데 나오게 돼 홀가분하다"면서도, 선고 결과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무죄라고 판단하고 있었는데, 재판부가 꿰어 맞춰 유죄를 선고한 점이 없지 않다"고 평가했다.
'고 신효순·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아래 범대위) 채희병 사무국장도 형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특히 3월 12일 기자회견조차 집시법 위반으로 본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집시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3월 12일의 기자회견은 경찰력의 남용과 인권유린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까지 진행된 바 있고, 결국 남부경찰서장이 전보 조치되고 연행자들에게 사과까지 했던 사건이다.
재판부는 또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과 관련해 △피해자 김모 경찰에게 큰 멍 1개와 작은 멍 2개가 발견됐고 △피가 맺힐 정도로 5∼7cm의 상처가 났으며 △나중에 딱지가 나 떨어지기까지 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이 정도의 상처는 법률상 신체의 완전성을 해하는 상해에 해당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채 사무국장은 "당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심하게 다친 사람이 부지기순데, 가벼운 찰과상을 가지고 치상이라니 상식에 어긋나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당시 전 씨가 '불상의 도구'로 방패를 든 의경의 손목을 내리쳐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며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를 적용하였으나, 그 '불상의 도구'가 다름 아닌 신문지로 밝혀져 이 사건은 소위 '신문지 방망이' 사건으로 불려져 왔다. 그럼에도 이날 재판부가 경찰의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가벼운 찰과상을 이유로 유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검찰은 이미 사면복권된 전 씨를 '집행유예기간인 자'로 적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주거지가 분명하고 다음달 군 입대가 예정돼 있었는데도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수사를 강행하는 등 수사과정에서부터 물의를 빚어왔다. 또한 1차 공판에서 판사가 '사회주의자냐?', '무슨 책을 읽느냐?' 등 혐의사실과 관계없는 질문을 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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