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지뢰 피해자에 대한 무조건적 보상은 그 자체가 전쟁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자 사죄이며, 지뢰제거는 생활 속의 전쟁을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4일 오전 11시 의족을 한 20여명의 대인지뢰 피해자들이 여의도 동아일보 별관 앞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대인지뢰의 제거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법'(아래 대인지뢰 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하며 집회를 가졌다.
지난 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된 이 법안은 2000년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에 의해 초안이 마련되어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과 법제관실의 검토를 거쳐 최종 수정안이 구성됐다. 이 법안은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소멸시효가 지나 보상의 기회를 잃어버린 과거 피해자들에게도 보상을 지급하고 △보상등에 관한 사항을 심사·결정하기 위한 보상위원회를 국방부장관 산하에 두며 △비무장지대 이남의 지뢰지역과 미확인 지뢰지역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모든 대인지뢰를 제거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특별법이 제정되면 지뢰 피해에 따른 육체적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인지뢰 피해자들에게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대인지뢰피해자모임 고진만 대표는 "농사를 지어 생계를 연명하던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사고 후 의료비 부담과 경제력 상실로 비참하게 살아왔다"며 시급한 보상을 촉구했다.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아래 대책회의) 조재국 위원장도 "법이 제정되면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의료비 혜택과 연금혜택이 제공될 것"이라며 특볍법 제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고정호 사무국장은 홍수로 인한 지뢰 유실로 지뢰 피해가 남하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대인지뢰의 제거를 명시하고 있는 이 법은 전체 국민들의 생존과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법안의 통과 가능성에 대해 대책회의 이시우 집행위원은 "의원들 대부분이 인도적 차원의 보상부분에 관해서는 이견이 없고, 이견이 많았던 안보문제와 관련된 지뢰제거 부분에 대해서도 단서조항을 두어 법안통과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실제로 법안에서는 '군사적 필요가 요청될 때 국방부장관이 일정한 절차를 걸쳐 지뢰지역 및 미확인 지뢰지역을 제거대상에서 제외시킬 수 있도록 하는 단서조항'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대책회의 이미옥 간사는 "이 법안은 대인지뢰지대를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고 대인지뢰의 생산·사용에 관한 금지조항이 없어 오타와 협약과 같은 국제적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법안 통과가 반드시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시우 집행위원은 "정세가 어수선해 행여나 의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날까 걱정"이라며 "무관심이 가장 큰 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법안은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오는 22일까지 16대 국회 상정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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