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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잇단 죽음, 좌절과 고통 끝 항거"

근로복지공단 이용석 씨 분신…비정규직 차별 철폐 요구

"손해배상 가압류를 앞세운 노동탄압과 비정규직 차별 정책에 대한 절망과 고통이 참으로 견디기 어렵다 하더라도,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하나뿐인 생명을 던지는 극단의 선택만은 말아주십시오. 기필코 살아서 민주노총과 함께 투쟁합시다."

17일 금속노조 김주익 한진중공업 지회장이 크레인 위에서 목을 매고, 23일 대구 세원테크 이해남 지부장이 분신한 데 이어 26일 서울에서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아래 근로복지노조) 이용석 광주전남본부장이 집회 도중 분신하자, 민주노총은 2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호소했다. 민주노총은 또 "잇단 자살 항거를 부른 것은 노무현 정권의 손배가압류·노동탄압정책과 비정규직 차별정책"이라며 대정부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기필코 살아서 함께 투쟁합시다"

이에 앞서 26일 오후 종묘공원에서 열린 비정규직노동자대회 도중 근로복지노조 이용석 광주전남본부장은 온몸에 신나를 끼얹고 "비정규직 차별 철폐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분신했다. 한강성심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진 이 본부장은 3도 85% 화상으로 내부 기도화상이 심해 매우 위독한 상황이다.

이 본부장은 유서에서 "노예문서 같은 비정규직 관리세칙을 파기하고 고용안정을 외치는 우리의 요구는 당연한 것이며 마땅히 쟁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참여하지 않은 조합원, 깨어나지 않은 조합원에게 죽음으로써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며 비정규직 철폐와 조합원들의 단결을 호소했다.

지난 4월 신고필증을 받은 근로복지노조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보험, 고용보험 업무를 처리하는 계약직, 일용직 노동자들로 구성돼 5월 이후 사측과 10여 차례 협상을 벌여 왔다. 이들은 △임금 15∼20% 인상 △1년 이상 근무자 정규직으로 전환 △복리후생제도 정규직과 동등 적용 등을 요구해 왔다.

27일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한결같이 이 본부장의 죽음과 비정규직 차별에 분노했다. 대구의 한 조합원은 "경력 4년인데도 기본급이 70만원 안팎이고 상여금을 받아봐야 100만원이 조금 넘어 정규직의 60%에 불과하다"며 "정규직은 다 받는 식대나 출퇴근 교통비도 받지 못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조합원은 "같은 업무를 하는데도 부서 회의 때 부르지 않고 손님 오면 커피를 타는 것에서 사무실 걸레질까지 비정규직의 몫"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근로복지노조 박성구 양산지부장은 "정규직은 최고 90일까지 받을 수 있는 병가가 비정규직에게는 해당되지 않아 아파서 병원에 가려면 임금 삭감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력4년 기본급 70만원에 잔심부름까지

또 이 본부장이 유서에서 파기를 주장한 공단 '비정규직 관리세칙'은 △계약직 업무구분 중하나로 "정규직 업무 대체 수행"을 명시하고 있고 △매년 2회 정기적으로 '근무성적평정'(아래 평정)을 실시해 점수 순으로 '서열명부'를 작성하며 △명부 상 연속 2회 또는 총 3회 이상 하위 10%에 해당하는 경우 재계약을 금지하고 있다. 게다가 각 부서 부장이 평정 담당자이고 "인사관리상 필요한 경우" 언제든 '특별평정'을 실시할 수 있으며 평정 항목도 매우 추상적이어서 담당자 임의로 '해고대상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천의 한 조합원은 "출산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동료가 있었는데 관리자가 갑자기 근평을작성해 '너는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며 "근평을 작성한 관리자는 그 동료의 얼굴과 이름을 연결시키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근평을 작성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 조합원은 "그 분이 '내가 안 나가면 누군가 나가야 할 테니 대신 나가겠다'고 말해 부둥켜 울었다"고 기억했다. 또 "관리자들이 '6∼7년된 계약직들은 알아서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공공연하게 자진사직을 강요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관리세칙, 비정규직 평가·해고 맘대로

이에 대해 전국불안정노동철페연대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성적미달'을 핑계로 언제든 일정한 인원을 지속적으로 '해고'해 비용을 낮추고 평점을 이용해 노동자들 사이에 끝 모를 내부경쟁을 부추기는 제도"라고 규정했다. 또 "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공약해 왔는데 오히려 정부산하기관에서 정규직 업무를 대체하는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이후 △28일 지도부 시국농성 △29일 서울·부산·대구 총력 규탄대회 △11월 5일 4시간 총파업과 전국 동시다발 집회 △11월 9일 전국노동자대회 등 강력한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전국민중연대, 민주노동당 등 각계 대표자들도 27일 긴급간담회를 열고 '(가칭)손배가압류·노동탄압 분쇄,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범국민대책위'를 구성해 29일부터 서울역에서 농성에 돌입하고 노동자대회를 범국민대회로 확대 개최할 것을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