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치료제 '이레사'의 가격이 환자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65,274원이라는 높은 가격으로 책정됐다.
지난 9일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는 기존의 항암제 치료에서 실패한 비소세포성폐암 환자에게 사용되는 '이레사'의 가격을 1정당 65,274원으로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3차요법 환자들은 한 달 에 40여 만원,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2차요법까지는 한 달에 약 195만원이라는 높은 약가를 지불하게 됐다.
이에 12일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아래 보건의료연합)은 성명을 통해 "(이레사 가격결정은)혁신적 신약의 약가를 선진7개국 평균 약가로 정한다는 복지부 지침에 따른 것"이라며 "이러한 제도는 다국적 제약회사 및 미국의 압력을 한국정부가 굴욕적으로 수용한 결과"라고 비난했다. 또한 "약가 결정제도가 환자들의 약품접근권을 제한하고, 보험재정을 다국적 제약회사의 약값으로 탕진시키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복지부는 '혁신적 신약'의 약값에 대해 'OECD 선진7개국의 공정출하가 기준'에 따라 결정하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암환자살리기운동본부 등도 공동 성명을 통해 "우리나라는 선진7개국과 비교할 때 GDP에서 2배 또는 3배의 차이가 나는 상황인데, 이레사의 약가는 일본과 미국 약가의 각각 88.4%, 87.2%의 수준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레사의 약가 결정이 폐암 환자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복지부는 이레사의 보험적용에서 2차 요법 환자를 제외하고 있어, 앞으로 많은 폐암환자들이 한 달에 195만원이라는 비용을 들여 '이레사'를 복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또 복지부는 보험적용을 받는 환자들조차도 적용기간을 6개월 또는 9개월로 제한하는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상덕 간사는 "정부가 다국적 기업과의 협상력을 키워서 약값을 내려 환자들에게 적절한 가격으로 이레사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지, 보험급여 적용을 줄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발상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비난했다.
보건의료연합은 합리적인 약가제도 도입을 위한 개선으로 '보험가입자대표로 구성되는 약가제도심의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선진7개국을 기준으로 신약 약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다국적 제약회사의 독점적인 이윤을 보장하게 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건강보험에 전가되어, 환자와 국민의 몫으로 남는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글리벡과 같이 약을 눈앞에 두고도 약값이 없어 생명을 포기하는 사태가 다시 올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 '이레사'를 얻기 위한 폐암 환자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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