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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아이들과 지키는 평화의 약속

초등학교 교사 처음으로 병역거부…'5·15 세계병역거부자의 날'

팔루자 학살, 이라크 포로에 대한 고문가혹 행위 등이 연일 언론지상에 오르내리는 가운데, '평화'의 불씨를 살리려는 소중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오는 15일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을 맞아 경북 문경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아래 병역거부) 선언을 하려는 것.

초등학교에서 5학년 담임교사를 맡고 있는 최진(27세) 씨는 입영 일을 3을 앞둔 15일 대구교육대학교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현역 교사가 병역거부를 선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씨는 이라크 전쟁과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과 더불어 지금의 병역의무가 아이들에게 평화를 가르치는 교사로서의 신념과 어긋난다는 것을 병역거부 선언의 이유로 들었다.

병역거부의 뜻을 밝히는 글에서 최 씨는 "전쟁의 공포에 떨게 될 이라크 사람들을 위해 아이들과 함께 기도를 올리며 대한민국의 초등학교 교사로서 아이들 앞에서 가눌 수 없는 부끄러움과 분노가 솟아올랐다"며 "아이들과의 약속을 이제는 지킬 때가 왔다"라고 교사로서의 병역거부 신념을 밝혔다. 또 "너무나 많은 학교 안에의 군사문화가 아이들에게 폭력의 씨앗을 심는다"며 "병역거부는 군대와 전쟁만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폭력과 사회의 폭력으로부터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병역 문제가 단지 군대와 전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역설했다.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은 1981년 처음 개최된 세계병역거부자회의에서 유래된 것으로 매년 5월 15일 전 세계에서 공개토론회, 철야농성, 시위, 세미나 등 병역거부를 주장하기 위한 다양한 실천이 펼쳐진다. 올해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등지에서 전쟁저항자인터내셔널 등의 주최로 세계병역거부자의 날 행사가 개최된다.

한국에서도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세계병역거부자의 날 행사가 진행된다. 15일 낮 2시부터 서울 대학로에서 5·15 세계병역거부자의 날 준비팀 주최로 "군인을 집으로!" 캠페인이 예정되어 있다. 이날 행사는 군복, 교복 등 갖가지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국민체조를 한 후 제복을 벗어 던지는 퍼포먼스로 시작된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아래 연대회의) 최정민 집행위원장은 "'군인을 집으로!' 행사는 이라크 파병과 대체복무제 도입이라는 평화에 대한 두 가지 화제를 시민들과 함께 나누기 위한 것"이라고 이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최 씨는 제복을 벗어 던지는 퍼포먼스에 대해 "우리가 제복이라는 형태로 일상에서 만나는 군사문화를 보며 전쟁과 군대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기획했다"며 그 뜻을 풀이했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전쟁의 끔찍함이 일상의 화제가 된 최근,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을 맞아 외치는 반전평화의 목소리는 적지 않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