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이현승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통일연대 민경우 사무처장에 대해 국가기밀 탐지·수집·전달, 회합·통신, 고무·찬양 등을 모두 적용해 징역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본지 2004년 4월 28일자 참조>
검찰이 2000년 통일대축전과 11차 범민족대회 남측 준비위의 결성선언문,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특별서한, 통일연대 결성추진 등이 국가기밀 사항이라고 주장한 것을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다.
인권단체들은 민 씨의 사건을 두고 국가보안법의 자의적 적용이 다시금 드러난 사례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더구나 국가보안법의 자의적 적용에 제동을 걸어야할 법원이 결국 검찰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것. 민가협 송소연 활동가는 "국가보안법 상 국가기밀이 자의적이고 광범위하게 남용된 또 하나의 사건"이라며 "인터넷 등을 통해 이미 알려진 내용이 국가기밀에 해당한다면 이것이 대한민국에 어떠한 실질적 위해가 있었냐"며 반문했다.
김승교 변호사도 "(국가기밀에 대해)대법원은 '실질적 위험성'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헌법재판소도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법원이 시대적 변화를 읽지 못하고 국가보안법 개폐에 대한 국민의 여론을 반영하지 못한 채 판결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 동안 국가보안법의 유지를 주장해온 사람들은 국가보안법을 신중하게 적용하면 인권침해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해온 바 있다. 최근의 국가보안법 개폐논의에서 개정론자들의 주장도 이와 동일하다. 그러나 민 씨의 경우에서처럼 국가보안법은 결코 '신중한 적용'이 아닌 '자의적 해석'만이 존재한다는 것이 인권단체의 주장이다.
송 씨는 "법원이 사법 적극주의를 반영해서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법 해석을 막는 장치가 되어야 함에도 이번 사건의 경우 검찰의 모든 기소 내용을 받아들였다"며 "법원마저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법 해석을 막지 못하는 현실에서 자의적인 법 적용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 국가보안법 폐지 외는 다른 대안이 없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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