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차별과 감시를 부르는 에이즈 정책

국제에이즈회의 참가 앞두고 한국정부 에이즈 정책 규탄 기자회견

국내 HIV 감염인과 사회단체 활동가들은 8일 제15회 국제에이즈회의 참가를 앞두고,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에이즈환자 및 감염인의 인권보호에 정부가 앞장설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국내 감염인의 인권실태를 보고하고 세계적으로 에이즈 치료약으로 돈을 버는 다국적기업의 횡포를 고발하기도 했다.

정부내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HIV 감염인을 2천277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정부는 관리와 전파방지라는 미명하에 이들에 대한 감시와 차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감염인의 명부를 당국에 보고하는 것은 물론 만약 소재가 파악되지 않으면 수사기관에 의뢰하라는 지침을 보건소에 내리는 등 감염인에 대한 사생활 침해는 비일비재하다.

에이즈 인권모임 나누리+ 윤가브리엘 대표는 "에이즈에 대해 막연한 공포심과 살인적인 편견만 가지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에이즈 환자, 감염임으로 산다는 건 인권침해와 차별, 도덕적 타락의 결정체라는 낙인을 떠 안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게다가 HIV 감염자, 에이즈 환자는 자신의 병명을 밝힌 채 1,2차 지역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없고, 직장을 구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여서 이들 스스로 치료약을 구하거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정부는 '에이즈예방법'을 통해 HIV 감염인이 취업할 수 있는 업체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취업 시 감염인을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고용주까지 처벌토록 하고 있다. 윤 대표는 "에이즈예방법은 강제 처분, 취업 제한 등 온갖 차별과 억압, 불이익만 있을 뿐"이라며 "에이즈예방법의 전면 개정"을 요구했다.

국내 에이즈 환자 및 HIV 감염인이 제네릭(카피) 의약품 생산의 활성화를 통해 에이즈치료제의 무상공급을 요구하듯, 에이즈 치료약에 대한 접근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된지 오래다. 제15회 국제에이즈회의에서도 '제네릭(카피) 의약품 생산과 지적재산권 보호' '자유무역협정과 에이즈치료제 접근권'이 주요 논의 과제이다.

세계적으로 4000만 명에 이르는 HIV 감염자가 있고, 에이즈 치료약을 필요로 하는 600만 명 중 560만 명이 치료약을 먹지 못하고 있는 상황. 브라질을 비롯해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등 여러 국가들은 에이즈 치료약을 싼 가격에 국내에서 생산하도록 해, 이를 무상 혹은 저가로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WTO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과 자유무역협정(FTA)은 더욱 강력한 특허권 보호를 요구하면서 제네릭(카피)약 생산을 차단하고 있어 치료제 공급 확산을 힘들게 하고 있다.

에이즈 인권모임 나누리+의 변진옥 씨는 "세계에서 올해만 800만 명이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에 걸려 죽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면 (가난하다고 해서) 죽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히 사용되어서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을 덜어주는 것이 약이 가져야할 가치와 진실의 전부'라는 게 변 씨의 생각이다.

이번 국제에이즈회의는 '모두에게 치료접근권·의약품접근권을'이라는 주제로 오는 11일∼1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며, HIV 감염인과 사회단체 활동가, 각국 정부관료 등 2만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