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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북한인권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동향과 우리의 대응' 워크숍

<미국의 대북 인권정책 : 행정부-의회-보수단체 연계>


북 인권을 둘러싼 중요 논의지점 중 하나는 미국의 '개입주의 전략'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있다. 개입주의란 '다른 주권국가의 국내적 사건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적 행위를 자국의 외교정책으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 미 의회에 상정된 북한자유법안과 인권법안은 바로 미국의 개입주의 전략이 외화된 형태. 9일 한반도인권회의가 준비한 '북한인권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동향과 우리의 대응' 워크숍에서는 미국의 개입주의 전략이 어떻게 북에 적용되고 있는지 살피고, 이에 대해 국내 인권단체들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집중 논의됐다


미국의 개입주의가 불러온 북한자유법안·인권법안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조성렬 씨는 "냉전 이후 단일패권세계를 확립한 미국은 세계안보를 위협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개입주의 정책을 지속해왔다"며 "특히 미국의 대외정책에 행정부보다는 의회의 입김이 높아졌고, 의회의 결정은 여야합의로 이뤄진 것이므로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의회를 통한 결정은 오랜 시간 의사소통 절차를 통해 정해지므로 한국정부 및 민간단체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고 최근의 특징을 지적했다.

조 씨는 개입주의 정책수단으로 △국내외적인 반대여론 조성 등 낮은 단계의 강제수단부터 △반정부 방송 △원조 또는 뇌물의 제공이나 무역반대 △경제적 봉쇄조치 △군사적 봉쇄조치 △인권단체의 지원 △반체제단체의 조직과 지원 △반체제단체에 대한 군사자문 △제한된 군사행동 △전면적인 군사침공 등 높은 수위까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조 씨는 "미 의회에 상정된 북한자유법안이나 인권법안은 모두 표면적으로는 인도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으나 군사적 조치로 발전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밝히며 북한자유법안·인권법안에는 여론조성, 방송, 원조지원 반대, 인권단체 지원 등 비군사적 개입이 모두 포함되어 있고, 더구나 북한자유법안에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에 따른 제한적인 군사봉쇄도 들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예상되는 문제점으로 조 씨는 △북의 반발과 6자 회담에 미칠 악영향 △중국정부의 우려와 재중 탈북자에 대한 탄압의 증가 △자금지원을 둘러싼 북 인권관련 단체들 간의 과다경쟁 등을 지적했다. 조 씨는 앞으로 국내민간단체들이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및 무력개입은 북의 인권문제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미 행정부와 의회에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도 미국은 북 이외에 대량살상무기, 테러지원국에 대한 제재수단을 마련한다는 명분 하에 이란 민주주주의법(2003), 이라크 해방법(1998), 쿠바 자유·민주연대법(1998) 등을 제정한 바 있다.


북 인권 개선, 경제 회복과 주민의 주체적인 힘으로

북한인권법안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근식 씨는 "미국이 북에 대해서 얘기하는 인권은 정치적 명분이나 공격의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처음에는 인권을 빌미로 정치적 공세를 시작하지만 그 다음에는 반정부세력을 지원하고, 경제·군사적 공세와 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인권법안이 개입의 첫 단계로 향후에 북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의도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뿐 아니라 남한 내에서도 북 인권을 바라보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짚어야할 유의점도 논의됐다. 김 씨는 "남한에서 북 인권이 다뤄지는 배경이 냉전적 반북 이데올로기와 남북관계의 파탄을 정치적으로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 뒤 "남한 민간단체들은 북 인권의 실상이 어떤지 아무도 확인할 수 없다. 북 인권 상황에 대해 그 정도와 사실성 여부는 사실에 입각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김 씨는 "장기적으로 북 인권의 신장은 북 경제의 회복과 경제발전을 통해 이뤄져야 하고, 내적으로 시민사회가 형성되고 이를 통해 민주화 주체로서 북 주민의 의식과 실천이 발전되는 경로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지금 시기 북 인권 향상을 위해 필요한 것은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증대를 통해 북이 경제를 회생시키고 체제를 안정시켜 스스로 변화와 발전의 길로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원에서 분쟁학을 공부하고 있는 이화영 씨는 "미국 국민에게 가장 먹혀 들어가는 것은 인권이며 미국정부는 전쟁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권문제를 꼭 포함시킨다"고 말했다. 이 씨는 "미국이 아프카니스탄을 공격했을 때 아프카니스탄 여성들의 인권침해를 영상자료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방송했고, 2003년 2004년에도 북의 인권을 집중 방영하는 것을 보며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북 인권에 대해 민간단체들이 늦었지만 관심과 목소리를 내는 것에 작은 희망을 가진다며 실천 방안으로 "NED의 지원을 받는 보수적인 단체와 연대하는 것은 무리이며, 미 의회와 민간단체 내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과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종합토론에서 참석자들은 △국내 단체들이 탈북자에 대한 심층적 접근을 통해 객관화할 수 있는 자료를 생산·공유하고 △미국 내 진보적 의원, 민간단체들과 자료를 공유하고 의사소통을 하는 데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의견들을 나누었다.

인권운동사랑방 이주영 상임활동가는 "진보적인 인권, 평화, 시민단체들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 북 인권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대응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의견들을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은 과거보다 진전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