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적인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설치를 촉구하며 과거사 관련 피해자 및 사회단체들이 정치권의 과거사 대응에 맞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시민연대'와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진상규명범국민위원회' 등 과거사 관련 피해자 및 사회단체들은 20일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포괄적인 과거청산'을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정치권이 과거청산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거나 미봉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 분명히 반대한다"며 "독립적인 권한을 갖는 통합적인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정쟁의 소지가 있는 국회에 소속되어서는 안되고 강력한 조사권한을 가진 기구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또한 "개별 과거사 사건들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조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KAL858기사건가족회 신동진 사무국장은 "그 동안 과거사 사안들의 해결에 각각 편차가 있었고 사안별로 접근하다 보니 힘이 분산되었다"며 "각각의 사건을 진상규명이라는 큰 원칙에 초점을 맞추어 통합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과거사에 대해 민간영역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과거사 관련단체와 시민, 인권단체, 학계, 법조계의 대표자로 구성되는 민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이들은 과거사 청산운동을 범국민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것은 물론 관련 법 제정에도 적극 힘을 싣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그 동안 피해자 및 인권단체들의 노력으로 과거 국가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에 대해 진실을 규명하자는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더 나아가 현재 우리가 당면한 불처벌과의 투쟁 및 올바른 과거청산의 원칙을 계속 확인해 나가는 일은 과거의 인권침해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붙들고 있다는 점에서 놓치지 않아야 할 중요 지점이다. 1997년 루이 주아네 씨가 유엔 인권소위원회에 제출한 최종보고서 『불처벌과의 투쟁을 통한 인권보호및증진원칙(E/CN.4/Sub.2/1997/20)』에는 불처벌과 과거청산의 기준으로 △과거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 △가해자에 대한 사법적 조치 △피해자의 권리 구제 등을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기준에 비춰, 끊임없이 과거청산의 과제를 보여주는 일은 물타기와 정쟁으로 일관하는 정치권을 향해 '인권적 관점'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일일 것이다.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