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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국가보안법, 무덤도 필요 없다

국가보안법 폐지의 시대적 흐름에 온몸 바쳐 저항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국가보안법이 '자유민주주의의 최후의 안전장치'라며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자유민주주의가 붕괴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국가보안법이 충실하게 안전을 지켜온 '자유민주주의'는 국민들의 입을 막고 머릿속을 통제해 사상·표현의 자유가 박탈된 '자유민주주의'였다. 또한 애매한 법 조항에 따른 처벌 남용으로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해 스스로 자기검열에 시달리게 만든 '자유민주주의'였다. 정부에 대한 비판세력을 반공·안보 이데올로기에 기대어 때려잡고 예술과 학문의 자유를 짓눌러 문화와 사회의 발전을 발목 잡아온 '자유민주주의'였다.

국가보안법 존속을 주장하는 자 누구인가? 그들은 국가보안법이 만들어 놓은 반공이데올로기적 억압체계에서 국민들의 인권을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대가로 기득권을 유지해온 사람들이다. 그러더니 이제는 자신들을 위한 안전장치를 민주주의를 위한 안전장치라며 자못 비장한 얼굴로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다.

수구적인 정당과 언론은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면 시청 앞에서 인공기를 휘날리거나 노동당 가입원서를 받아도 처벌할 조항이 없어진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국가보안법을 지키기 위해 가상의 공포를 만들어 현실에서 일어나는 명백한 민주주의와 인권에 미치는 폐해를 덮어버리려 하고 있다. 정치적 고비마다 그리고 선거 때마다 써왔던 해묵은 색깔론이 지겹지도 않은가?

국가보안법 폐지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 당당하지 못한 것은 집권여당도 마찬가지다.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고도 처벌공백을 없앤다는 이유로 형법보완이나 대체입법을 고려하고 있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독소조항을 그대로 계승한 새 법을 만드는 것이나 형법에 넣는 것은 국가보안법의 폐해 역시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의미일 뿐이다. 일례로 여당의 형법 개정안 중 제90조 선전·선동에 대한 처벌은 현재 국보법의 대표적 독소조항인 7조를 옮겨 똑같은 인권침해 효과를 낼 것이 명백하다. 언제든지 정권안보를 위해 인권을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왜곡할 수 있는 칼을 칼집만 바꾸어 그대로 두려하는가?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을 없애 인권과 민주주의의 새 장을 펼친 정당이 될 것인지 아니면 국가보안법의 폐해를 형법에 그대로 옮긴 기만적인 정당이 될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은 이제 무덤으로 보내면 된다. 아니 그동안 인권침해와 민주주의 왜곡의 역할 외에 어떠한 기능도 하지 않은 국가보안법의 흔적을 남기는 무덤도 필요 없다. 더 이상 국가보안법의 망령을 살려내려 획책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