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전화통화의 첫머리에 '어디야?'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친구 사이라면 대부분 어렵지 않게 대답을 해준다. 그런데 그것으로 부족하다는 말일까? 핸드폰을 이용해서 상대방의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친구 찾기' 서비스 가입자가 36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핸드폰 이용자 10명 중 한 명 꼴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가입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이 많은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어디에 활용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과연 '친구'를 찾고 있는 것일까?
최근에 있었던 핸드폰 불법복제를 통한 삼성 노동자 위치추적 사건은 이러한 '친구 찾기' 서비스가 친구가 아닌 사람을 감시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사고나 긴급상황이 아니라면, 전화 걸어서 물어보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아마도 '친구 찾기' 서비스가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는 것은 신뢰가 깨진 연인이나 부부 사이가 아닐까? 물론 그것이 이들 관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국가나 기업에 의한 감시 용도에나 적합한 허점 투성이 서비스를 규제하거나 최소한 위치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피해를 당한 삼성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추적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수년간 전혀 알지 못했다. 심지어 그들은 '친구 찾기' 서비스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이것은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이 외에도 정보주체의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현행 위치기반 서비스는 동의절차가 지나치게 간단하고 동의의 범위가 광범위하다. 즉 어쩌다 한번만 동의하면 그 후로는 자신이 언제 어떻게 누구로부터 추적 당하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는 것이다. 360만 명이라는 서비스 가입자 수는 결코 현재 특정인으로부터 위치추적을 승인한 사람의 수가 아닌 것이다. 어떤 계기로 한 번 동의하고 그 뒤로는 전혀 무방비 상태인 사람들의 숫자이다.
더군다나 지난달 지리산에 있었던 조난사고 인명구조에서 위치추적 서비스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를 두고 이동통신사는 위치추적 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지나치기 때문이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위치정보 보호와 사고 시의 위치정보 활용은 전혀 상충되지 않는다. 위치정보를 이용한 상업적 이윤의 획득에만 관심이 있을 뿐, 정보인권의 보호에는 무관심하고 기회만 있으면 규제를 없애고자 애쓰는 이동통신사와 이들의 관리감독을 책임지고 있는 정보통신부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몇 일 전에 정보통신부는 '위치정보 이용 촉진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내 놓았다. 그러나 많은 정보인권활동가들의 견해는 이것이 위치기반 서비스의 법적인 근거를 만들어주는 것일 뿐 정보인권보호와는 무관한 법이라고 지적한다. 하나의 법이 '촉진과 보호'를 동시에 한다? 지금껏 정보인권을 외면하고 업체의 이익에는 관대했던 정보통신부가 위치정보보호법을 관장한다? 차라리 반대로 달리는 말을 묶어놓고,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자.
◎ 지음 님은 진보네트워트 활동가입니다.
- 2660호
- 지음
- 2004-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