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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가난한 이들을 울리는 빈곤대책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의 '재미없는 쇼'가 계속되고 있다. 김 장관의 '최저생계비 체험'에 이은 '노숙인 체험'은 추운 겨울을 견뎌내야 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비참함을 '구경거리'로 만들고 있다. 독촉 세금고지서를 보며 언제 전기나 가스가 끊길지 몰라 불안에 떨어야 하는 사람들, 편안하게 쉴 방 한 칸이 없어 차가운 지하보도와 신문지 한 장에 몸을 맡기는 노숙자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해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실한 생존권을 생색내기식 '현장조사'로 유린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국정과제 회의에서 발표한 '일을 통한 빈곤탈출지원대책'은 더 가관이다. 일을 더 할수록 지원을 늘리는 '근로소득보전세제'는 노동 유인 효과를 통해 가난을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과 자활사업의 확대 등은 '자립'과 '민간참여의 확대'를 주 골자로 하고 있다. 이같은 정책은 빈곤을 개인의 '게으름' 탓으로 돌리며, 최소한의 비용만을 정부가 충당할 뿐 나머지는 민간에게 떠넘기며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말잔치에 불과하다. 더욱이 정부는 노동시장으로 진입만 하면 마치 가난이 마술처럼 해결되는 것인냥 호도하고 있다.

한쪽으로는 저임금과 불안정 고용을 전 노동자에게 확대하는 비정규직 법안을 추진하면서 노동자들에게 '일'만이 빈곤탈출의 최선택이라고 말하는 것은 기만일 뿐이다. 정녕 손이 갈라져라 계단 청소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난 때문에 못 배워서 괜찮은 일자리는 꿈꿀 수조차 없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게을러서, 노동할 의욕이 없어서 '빈곤탈출'을 못하는 것인가. 문제는 '노동 기피'가 아니라 일한만큼의 대가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시장의 구조 탓이다.

겨울을 앞두고 매번 반복되는 '따뜻한 손길'을 가장한 전시용 사업은 이제 신물이 난다. 가난한 자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위한 생활수준을 유지하고 이를 향상시킬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몫이다. 이는 생존을 넘어 존엄한 삶을 살기 위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권리이며 이를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5년 동안 적용될 최저생계비가 12월 1일 발표된다. 정부가 '빈곤탈출'을 지원할 의지가 있다면 가난한 자들이 최소한의 생존도 지탱하지 못하는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해야 한다. 또한 저임금과 불안정노동에 허덕이는 근로빈곤층을 양산하는 비정규직법안 개악안도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