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이 차별에 반대하는 가장 광범위한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인권운동 내부에 존재하는 차별에 대해서는 전면적으로 드러내고 소통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반성으로 시작된 '활동가 수다방'에서는 인권활동가들이 운동을 해 나가면서 혹은 조직 내부에서 여러 가지 겪게 되는 갈등이나 억압 등을 솔직히 털어놓고 이를 풀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했다.
인권운동 내 성역할 분담은 제대로 되고 있을까. 대부분의 인권단체들은 조직 내에서 컵 닦기, 청소하기 등 가사노동의 성격을 갖는 업무는 당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해 어느 정도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분담하고 있었다. 그러나 관행적으로 대외적인 업무나 주요직책들은 남성활동가들이, 사무실 내부의 실무 위주 역할은 여성활동가들이 수행하고 있어 성차별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한 여성활동가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배려한다고 하면서 그 책임을 또 다른 여성들에게 전가하고 있어 성차별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실제 집회나 행사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당연히 여성위원회의 몫으로 넘겨져 육아의 짐을 여성들에게만 지우고 있었다.
나이, 경험 등 선후배 운동세대간의 갈등과 위계질서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수평적 관계를 지향해야할 연대활동에서 큰 단체의 의견이 우선적으로 고려되거나 성과가 집중되는 등 단체간의 위계질서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한 활동가는 "사회운동 내에서도 여전히 선배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며 "나이, 경험, 성별 등의 위계질서는 수평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활동에 큰 벽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활동가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인권활동가들에게 하나의 억압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물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열린 자세로 들을 줄 알아야 한다거나 일상에서도 활동에서 가지는 문제의식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등 활동가가 지녀야 할 태도나 전문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몸이 아파도 자신이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야 하거나, 화려한 옷차림을 지양해야 한다는 등 활동가들에게 요구되는 잘못된 도덕성에 대해서는 사라져야 할 고정관념으로 지적됐다.
비록 '비밀보장'이라는 원칙 하에 각 모둠별 토론이 진행되기는 했지만 운동내부의 '치부'를 덮어두기보다는 드러내고 소통함으로써 활동가들간에 수평적인 관계를 맺기 위한 노력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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