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현대자동차 아산사내하청지회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1년 이상 지속적으로 불법 사찰이 진행됐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진상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 배후에는 현대자동차라는 거대 자본이 자리잡고 있음 또한 부정할 수 없다. 더욱이 문제는 불법 사찰의 결과가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신종 수단인 '가처분' 신청의 근거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2004년 8월 현자 아산사내하청지회 조합원 14명에 대해 '업무방해 및 출입금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졌다. 회사가 가처분 신청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해당 노동자들의 회사 출입, 집회 참가, 집회 시 발언 내용 등은 일상적인 사찰의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문제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노동자들은 노조 활동을 극도로 제약받을 뿐만 아니라 해당 노동자들의 경우 출입 자체가 금지되고 이를 어길 때마다 손해배상이 청구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노동3권의 박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이를 "노조 사형선고"라고 부른다.
기업은 '업무수행을 위한 시설관리'라는 허울좋은 미명으로 가처분을 신청하지만 실은 노동권을 철저하게 재산권의 하위에 두려는 의도일 뿐이다. 노동자들이 노조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가처분을 위반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게 된다. 가처분의 목적이 '방해행위 금지'라기 보다 '조합활동 금지'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기업의 재산권만 배려한 채 노동자들의 노동권은 안중에도 없는 법원의 결정도 개탄스럽지만, '가처분'을 노조 탄압의 신종 수단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기업들의 행태는 여전히 노조를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노사관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살인적인 손배 가압류에 죽음으로써 항거한 노동자들의 투쟁 이후 손배 가압류는 노동탄압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처분'은 새롭고 더욱 교묘해진 노동탄압의 '합법적인' 수단이다. 게다가 자본은 노조를 단숨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이 '효율적인' 방식을 단숨에 확산하고 재생산했다. 현자 아산공장에 이어 12월에는 울산공장이 비정규직노조를 대상으로 '집회 및 시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해 현재 계류 중이다. 가처분이 제2의 손배 가압류가 되어서는 안된다. 손배 가압류에 항의하는 수많은 분노의 눈길들이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