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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신원조사는 기본권 침해"

인권위, 조사항목과 대상자 축소 및 제한 권고

17일 국가인권위(위원장 최영도)는 현재 국가정보원 등에서 실시하는 신원조사가 법률적 근거 없이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관련법령의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권고는 참여연대가 지난 2003년 8월 신원조사에 위헌소지가 있다며 제기한 진정에 따라 이뤄졌다.

현행 신원조사는 국정원의 '보안업무규정시행규칙' 제54조에 따라 해외여행을 하려고 하는 자 △판사 △각급대학 총·학장 및 교수와 부교수 △국영 및 정부관리기업체의 중역급 이상의 임원 △기타 각급기관의 장이 요청하는 자 및 국가정보원장이 필요로 하는 자 등에 대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 "국가보안을 위하여 국가에 대한 충성심, 성실성 및 신뢰성을 조사"('보안업무규정'제31조 제1항)하기 위해 △본인 및 배후사상관계 △접촉인물 △종교관계 △가족관계('보안업무규정시행규칙' 제56조) 등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해외여행을 하려고 하는 자, 사립대학 교원 등은 국가보안을 위해 조사해야 할 대상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고 판사의 경우 헌법이 정한 다른 기관의 독립성 및 자율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으며 각급기관장의 요청과 국정원장이 필요로 하는 자에 대해 신원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대상자를 무한정 확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국가안정 보장을 위해 꼭 필요한 사람들에 대해서만 신원조사를 실시하도록 조사대상자를 한정"할 것을 권고했다.

또 신원조사 항목에 대해 인권위는 △개인의 사상·양심·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매우 크고 △연좌제 금지 원칙에도 어긋나며 △조사항목이 포괄적이고 모호해 개인의 충성심, 성실성 등에 대한 판단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조사목적을 위해 일반적 예측 및 객관적 판단이 가능하도록" 조사항목을 조정하고 배후사상관계 등 연좌제 금지에 위반되는 항목은 삭제하도록 권고했다.

한편 인권위는 현행 신원조사의 목적과 범위가 국정원의 직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정한다"는 국정원법 제3조에 따라 '보안업무규정' 등에서 정해져 있지만 국정원법에서 신원조사의 법률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정원법에서 정한 국정원의 업무 가운데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 및 배포'는 특정목적에 한정되어 있어 신원조사의 근거가 될 수 없고, '국가기밀에 속하는 문서 등에 대한 보안업무'와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도 신원조사와 관련이 없다는 것.

또 인권위는 정보주체가 자신에 관한 정보를 열람하고 정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자기정보권리통제권을 보장하고 있는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이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정보분석을 목적으로 수집 또는 제공요청되는 개인정보의 보호에 관하여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제3조 제2항)하고 있어 "신원조사를 통해 취득된 정보가 개인의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음에도 당사자의 열람권 및 정정청구권 등이 전혀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으로 예비판사 임용을 거부당했던 이봉재(사법연수원 33기) 씨는 "신원조사 대상자는 자신이 대상인지 예측하지도 못하고 당한다"며 "국정원이 마음만 먹으면 개인에 대한 사찰이 가능하고 대상자는 그 내용을 알 수도 없는 일이 아직도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며 인권위 권고에 공감을 표시했다.

96년 '전국학생정치연합' 정책국장으로 활동하다 '이적단체 구성·가입' 혐의로 구속되었던 이 씨는 자신의 임용거부가 "대법원에서 통보한 성적, 경력, 연령, 직무수행능력 등의 고려가 아닌 국가보안법 전과 또는 그로부터 유추된 사상이 실질적인 이유로 보인다"며 지난해 3월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대법원은 임용심사 관련자료 송부를 거부했고, 이에 절망한 이 씨는 진정을 스스로 취하했다. 이 씨는 현재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