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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집회·표현의 자유 '결박'한 법원

수원지법, 이마트 노동자에 회사 비판발언 금지 명령

법원이 노조탄압에 나선 사측의 신청을 받아들여 매장 인근에서의 유인물 배포와 구호 제창은 물론 인터넷 게재까지 금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3월 24일 수원지법 제30민사부(재판장 길기봉 판사)는 (주)신세계(대표이사 황정규)가 신세계 이마트 노동자 등 13명을 상대로 낸 영업방해금지등 가처분 신청에 대해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노동자들이 "이마트 수지점이 노동자를 감금하고 미행하고 있다", "이마트가 살인적인 인권유린을 하고 있다", "이마트가 무자비한(또는 파렴치하게) 노조탄압(또는 말살)을 하고 있다", "이마트가 비인간적인 최저대우를 하고 있다(또는 노동자를 착취한다)", "이마트는 악덕기업이다", "이마트는 무노조경영 이념을 가지고 있다" 등의 문구 또는 이와 유사한 문구를 △신문, 잡지 등 일체의 정기·부정기 간행물, 공중파 또는 유선방송, 라디오에 광고하는 행위 △인터넷, PC통신 등 일체의 유무선 통신매체에 게재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또 재판부는 같은 내용을 신세계 이마트 매장(수지점, 수원점, 분당점) 100미터 이내에서 △현수막, 피켓, 유인물 또는 구호 등을 통해 게시·배포하는 행위 △일반인에게 알리면서 지지서명을 받는 행위 △구호제창, 확성기를 이용한 방송 또는 그 밖의 소란행위를 통해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등을 금지했다. 조합원들은 이를 어길 경우 위반행위 1회당 50만원을 사측에 지급해야 한다.

가처분 결정을 받은 한 노동자는 "내가 감금당했고 화장실 가는 것까지 미행 당한 당사자인데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지 말라니 이럴 수가 있냐"며 어이없어 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김영기 변호사(법무법인 다산)도 "사측 신청내용 중 일부가 기각되기는 했지만 이번 결정은 노동조합 활동과 집회·표현의 자유를 너무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일부 표현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무노조 경영이념을 가지고 있다는 널리 알려진 사실까지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다산인권센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등 25개 노동인권사회단체들은 31일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노조원들이 인권침해 사실을 전달할 수 있는 내용과 범위를 광범위하게 제약하고 있어 실제 집회시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라며 "법원은 자신들이 사측 영업이익 보호를 위해 사회 약자 권리주장을 막고 있다는, 자본을 대변해 보편적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또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 자유에 대한 심각한 도전행위이며, 국제 규약과 한국 법질서에도 정면으로 대치되는 반 인권 행위"라며 가처분 결정 취소를 요구했다. 이어 "회사측이 제출한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에 관한 고소사건과 노동조합이 수원지검에 제출한 부당노동행위 고소 건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지 주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12월 신세계 이마트 수지점의 계산원(캐셔) 노동자들은 경기일반노조에 극비리에 가입, 분회 창립총회를 개최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사측은 '개인면담'을 명목으로 조합원들을 사실상 감금하며 노조 탈퇴를 강요했고, 가족과 친지들을 동원해 회유하는 등 극심한 노조탄압을 가했다. 결국 22명의 조합원 중 18명이 탈퇴했고 남은 4명 가운데 1명은 해고, 3명은 3개월 정직 처분됐다. (주)신세계는 1997년 '완전독립 경영'을 내세우며 삼성그룹으로부터 공식 분사됐지만 여전히 최대주주는 '삼성가 인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