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4일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대강당에서는 '비디오로 행동하라!-비디오공동제작프로젝트 사례분석을 통한 영상미디어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인권운동사랑방,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한국독립영화협회, 민중언론 <참세상>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인권영화제 '비디오로 행동하라' 프로그램을 포함해 최근 들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여러 공동제작프로젝트에 대한 사례발표를 통해 공동제작프로젝트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사례로 발표된 공동제작프로젝트에는 작년에 진행됐던 '이주노동자인터뷰 프로젝트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아래 이주인터뷰프로젝트)와 '독립영화인 국가보안법 철폐 프로젝트'(아래 국보법프로젝트),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정규직완전철폐를 위한 영상프로젝트'(이하 비철팀)가 포함됐다.
사례발표를 통해 발표자들은 각 프로젝트의 특징, 장점, 아쉬웠던 점, 고민 등을 이야기하면서 공동제작프로젝트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공유하려 노력했다. '이주인터뷰프로젝트' 총괄프로듀서였던 이마리오 감독은 이 프로젝트의 특징을 일반시민이 제작에 참여했다는 점과 이주노동자들의 인터뷰 언어로 이주노동자 본국어를 사용한 점을 들었다. '독립영화인들이 벌인 정치적 이벤트'로 '국보법프로젝트'를 정의 내린 이 프로젝트 홍수영 프로듀서는 짧은 제작기간에 각자의 특색을 재기발랄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점을 장점으로 언급했다. 시작한지 반년이 된 '비철팀'에 대해 팀의 일원인 허경 씨는 현재진형형인 프로젝트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한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포럼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이후 프로젝트가 잘 운영될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 함께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공동제작 프로젝트 활동과 인권운동의 함수관계에 대한 모색'을 주제로 발표한 인권영화제 기획자 이진영 씨는 공동프로젝트의 활동영역을 영상미디어 운동, 인권운동의 맥락에서 파악하면서 그것이 가지고 있는 의의에 대해 언급했다. '이주인터뷰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기존 이주노동자의 이미지를 탈피해 이주노동자 본국어를 사용하면서 이주노동자의 삶의 결을 표현했다"며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이주노동자의 주거권, 건강권, 시민·정치적 권리 등 인권에 관련한 이야기가 세밀하게 그려지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한편 이 씨는 표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국가보안법에 대해 '독립영화인의 방식'으로 운동에 참여했다는 데 '국보법프로젝트'의 의의를 찾으면서도, "보안법 폐지에 일정정도 동의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여 폐지운동에 더 큰 파급력을 주기에는 부족해 보인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또 '비철팀'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완전철폐를 목적으로 만들어져 책임감이 크겠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보다 장기적인 전망아래 다양한 영상물이 나왔으면 한다"는 바램을 전했다. 한편으로 "이제는 억압에 대한 소극적 저항이 아닌 적극적 권리로 표현의 자유를 구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활발하게 진행된 종합토론에서 '이주인터뷰프로젝트'는 진행과정에 일반시민이 참여한 점에 착안해 이후 '주제'가 있는 영상제작교육을 통해 기술교육뿐만 아니라 해당 사회운동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보법프로젝트'는 "이후에도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독립영화인들이 발언하기 위해서는 영상제작에 대한 기획이 중요하다"며 독립영화 제작자들의 단체인 한국독립영화헙회가 기획의 주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드러냈다. 가장 활발히 논의된 '비철팀'의 고민은 '사회적 이슈에 발 빠르게 발언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영상활동가들의 네트워크'였는데 참석자들은 예전에 진행됐던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교훈을 찾으면서 기획의 중요성, 기존의 네트워크 활용, 좀 더 확대된 공동의 목표 등 다양한 의견들을 내놨다.
이번 토론회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참여자 대부분이 각 공동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 현장의 고민이 생생하게 터져 나오는 자리였다. 참가자들은 이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서로가 교훈이 되길 바라면서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덧붙임
주현숙 님은 이주노동자 관련 다큐멘터리 <계속된다>의 감독이자, '비디오 액티비즘 연구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