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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요란한 빈수레, '인권경찰'

<언론모니터링 자료집>이 담은 경찰의 인권침해 기록



최근 울산 건설플랜트노조, 청주 하이닉스노조 등에 대한 경찰의 인권침해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 19일 인권운동사랑방 경찰감시팀은 <2004 경찰관련 언론모니터링 자료집>을 펴냈다. 이 자료집은 △수사 △감시 △집회와 시위 △기타 등 네 분야를 상·하반기로 나눠 2004년 한해동안 언론에 보도된 경찰의 인권침해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

수사와 관련된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였던 지난해 12월의 밀양 성폭행 사건 수사에서 경찰은 성폭행 피해자와 그 부모에게 협박을 늘어놓고, 피해자를 피의자와 공개적으로 대질심문을 하는 등 피해를 오히려 가중시킴으로써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또 과학적 수사보다는 자백에 의존하는 수사를 통해 미성년자 용의자를 범인으로 모는 사례도 있었다. 공무원노조에 대한 길들이기 수사나 성매매 피해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적인 수사관행에 대한 문제제기도 수사 편에서 다루어진 내용이다. 자료집에서는 이러한 문제의 극복을 위해 철저한 증거위주의 수사체계를 구축하고, 차별 없는 수사관행을 구조적으로 정착시킬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감시와 관련하여 지난해 특별히 크게 부각되었던 것은 검경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DB)구축 문제였다. 장기미아나 범죄(용의)자의 DNA를 채취하여 부모를 찾거나 수사과정에서 사용하겠다는 주장에 대해 인권사회단체들은 반대의견을 제시했지만 검경은 계속해서 유전자 DB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생체정보는 개인의 몸에 대한 정보로 개인을 식별하는 최후의 정보일 수 있는 만큼 큰 주의가 요구된다. 이 밖에 '수능 부정사건'으로 인해 수능 당일 숫자가 포함된 문자를 보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억울한 피해를 당한 휴대폰 사용자들의 문제 등은 경찰이 시민의 개인정보나 사생활을 감시하는 것으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광범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집회와 시위와 관련해서도 2004년 1월∼5월간의 '불법' 시위가 2003년 같은 기간보다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위로 인한 검거, 구속자 수는 오히려 75%가량 크게 늘어나는 등 경찰의 인권침해 상황은 심각하다. 지난 해 8월 경찰은 청주 버스 노조의 시청 앞 천막시위를 무력으로 해산하고 조합원을 강제 연행했으며, 12월에 있었던 농민대회에서는 차량시위를 원천봉쇄하는 등 노동자와 농민들의 집회에 대한 구시대적 탄압을 계속했다. 특히 2003년 말 개정된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아래 집시법)은 법안 개정이 예고된 순간부터 수많은 반발에 부딪쳐 '개정 집시법 불복종 집회'가 기획되기도 했다. 개정된 집시법에 따르면 집회 시의 소음을 80데시벨 이하로 규제해 사실상 '침묵시위'만을 강요하고 있고, 종로, 대학로 등과 같은 전국 '주요도로'에서의 행진을 제한하는 등 실질적인 '집회 금지법'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한 해 동안 경찰 관련 언론 기사를 모니터링하면서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는 매우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경찰의 인권마인드는 여전히 부족해 인권보다는 수사·감시의 편의가 우선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찰은 달라질 수 있을까?

지난 1월 19일 허준영 경찰청장은 취임사에서 경찰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인권보호를 이야기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 조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허 청장의 이러한 인권에 대한 강조는 더욱 강화되었다. 검찰 측이 경찰의 인권침해 가능성을 들어 수사권 조정에 반대입장을 표명하자 허 청장은"앞으로는 인권을 소홀히 하는 기관은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까지 발언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경찰은 5월 들어 민간부문을 포함해 시민인권보호단, 인권수호위원회 등을 만들어 경찰에 대한 시민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로 인해 경찰에 의해 저질러온 인권침해 상황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언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경찰은 '삼보일배'에 나선 울산건설플랜트 조합원들을 비상식적인 이유를 들어 전원연행하고, 장애인의 날에 거리로 나온 장애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연행하는 등 반자신들이 표방하는 '인권경찰'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반인권적인 행태를 계속해서 보이고 있다. <인권하루소식 2795호, 2817호 참조> 또한 지속적으로 문제를 지적 받고 있는 생체정보 수집 등의 문제에 있어서도 입장의 변화가 전혀 없는 실정이다. 경찰에 의한 인권 침해가 여전한 상황에서 '경찰 수사권 독립'은 어쩌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쥐어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오히려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경찰에 의해 자행된 인권침해는 올해 들어서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올해 들어 경찰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인권경찰'을 강조하고 있지만 언론 모니터링을 통해 본 경찰의 인권침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어서 과연 경찰이 생각하는 '인권'의 기준이 무엇인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인권경찰'이 생색내기 식이거나 보기 좋은 허울에 불과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달은 순간 경찰에 대한 불신의 정도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진정한 인권 없는 '인권경찰' 담론은 허구일 뿐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는 경찰의 인권지수가 어떠할 지, 인권의 감수성을 잣대로 하는 경찰 감시는 올해에도 계속된다.
덧붙임

김강기명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경찰감시팀 자원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