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국레즈비언상담소'(아래 상담소)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인터넷한겨레〉(hani.co.kr)와 〈세계일보〉의 인터넷 사이트(segye.com), 인터넷 포털 '벅스'(bugs.co.kr)는 검색어로 '동성애'를 사용하려면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 성인인증을 해야만 했다. 또 '네이버'(naver.com), '야후! 코리아'(yahoo.co.kr), '엠파스'(empas.com) 역시 '이반'을 검색어로 사용하려면 같은 과정을 거쳐야했다. '다음' 카페 서비스(cafe.daum.net)와 '엔티카'의 엔피자료실 서비스(enppy.entica.com)에서는 '이반'이 금칙어로 분류돼 검색결과에서 제외돼 있었다.
동성애자에 대한 일상적 차별사례를 조사해온 상담소는 지난달 중순 각 포털사이트 운영업체에 공문을 보내 "'이반' 키워드가 금칙어로 분류돼 검색조차 할 수 없게 되어있다는 것은…헌법상 동성애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시정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이후 대부분의 사이트가 동성애 관련 단어를 검칙어에서 해제하거나 성인인증을 거치지 않아도 되도록 바꾸는 성과를 얻은 것. 14일 오후6시 현재 항의공문을 받은 업체 가운데 '네이버'와 '야후! 코리아'를 제외한 대부분이 성인 관련 검색어 및 금칙어에서 '이반'과 '동성애'를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은 두 업체도 현재 금칙어 해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김찬영 상담소 대표는 "인터넷에서 '동성애'라는 말을 성인 인증 필요, 금지어로 구분해 차단하는 것은 '동성애'라는 말을 성적인 것에만 국한해 판단하는 것"이라며 "소외된 동성애자들은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서로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많은 도움을 얻고 있는데, 동성애 관련 단어를 금칙어로 설정하면 소통 자체가 가로막힌다"고 지적했다.
이미 지난해 4월 2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청소년보호법시행령 제7조가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기준'로 규정하고 있는 "수간을 묘사하거나 혼음, 근친상간, 동성애, 가학, 피학성음란증 등 변태성행위, 매춘행위 기타 사회통념 상 허용되지 아니한 성관계를 조장하는 것" 가운데 '동성애'를 명시한 것은 헌법이 보장한 행복추구권, 평등권,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 행위라며 청소년보호위원회(아래 청보위)에 이 조항 삭제를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청보위는 권고를 받아들여 2004년 4월 시행령을 개정했다. 하지만 아직도 포털사이트에서는 '동성애'를 청소년에게 유해한 단어로 보고 성인인증을 요구하거나 금칙어로 지정했던 것.
김김찬영 대표는 이번 조치에 대해 "이제까지 인터넷에서 성인 인증, 금지어라는 벽에 의해 상처 입었을 많은 동성애자들에게 위로가 됐다"며 "해당 기업에게도 동성애자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또 "동성애자들 스스로도 차별의 장벽을 회피하기 보다는 직시하고 적극적으로 무너뜨리려는 의지를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후 상담소는 시정기한인 15일까지 조치를 취하지 않는 업체에 대해서는 강력한 항의행동을 벌일 예정이다.
한편 상담소는 일선 학교에서 동성애 명단을 가지고 해당 학생들을 차별하는 행위, 또래 집단에서 왕따 당하는 일 등 10대 '이반'에게 가해지는 다양한 차별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