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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윤한기의 인권이야기] 법정 전염병 병력자 정보제공은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

지난 9월 보건복지부 국정 감사에서 에이즈 수혈사고의 문제 제기가 집중적으로 다뤄지면서 한 건 터트릴 사안에 목이 말랐던 한나라당의 전제희 의원은 질병관리본부가 보유하고 있는 법정 전염병 병력자의 정보를 대한적십자사에 넘겨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의 심각한 인권침해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아무런 고민도 없이 보건복지부는 10월 부랴부랴 법정 전염병 병력자 정보를 적십자사의 혈액안전관리시스템에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혈액안전관리 시스템 계획이라는 것이 속내를 들여다보면 너무나 졸속으로 치러진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일 뿐이며, 보건복지부의 아무 생각 없는 정책에 감염인들은 또 한번 상처를 받고 좌절하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작금의 에이즈 수혈사고 들은 항체미형성기를 찾아내지 못하는 현재의 검사법이 문제인 것이다. 이미 질병관리본부에 등록된 HIV/AIDS 감염인들은 이미 항체를 다 가지고 있기에 설사 감염인이 모르고 헌혈을 했다하더라도 적십자의 혈액검사법으로 얼마든지 방지할 수 있다. '나누리+'가 이 사안에 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대한적십자사에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확인한 결과 이미 HIV는 적십자사에 매주 정보를 제공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심지어 보건복지부의 혈액장기 팀 담당자는 전화통화에서 "감염인들이 의도적으로 헌혈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마치 감염인들이 에이즈 수혈사고의 원인인 것처럼 왜곡하는 발언까지 했다

이에 22일 감염인 단체. 정보인권단체등과 함께 질병관리본부 앞에서 전염병 병력자 정보제공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HIV 감염인 단체 KAPF의 대표는 발언에서 에이즈에 대한 편견이 과도한 한국사회에서 적십자라는 민간기구가 감염인의 정보를 알고 부주의하게 다뤄질 경우 얼마나 큰 인권침해와 피해를 당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이미 에이즈 양성이란 이유로 직장에서도 해고당하고 진료거부도 당하며 심지어는 가족들한테도 외면당하는 현실에서 헌혈의 집까지 감염인들의 정보를 알게 되어 잘못 유출될 경우 감염인들은 지역사회에서 쫓겨나는 일도 생길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항의의 표시로 붉은 삼각형의 색지에 HIV/AIDS, B형간염, 말라리아 등을 써 붙이면서 적십자사에 정보제공이 나치 시대에 독일군이 유대인, 동성애자 등에게 표시를 붙여서 격리시킨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로 항의표시를 했고 기자회견 후 붉은 삼각형 색지를 찢어버리면서 향후 이 문제가 철회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을 결의했다.

이어 질병관리본부 방역관리센터장과의 면담을 단체 대표들이 가졌지만 질병관리본부의 입장은 아직 준비가 안 되었고 관계자들과 논의하겠다는 답변만 들었다. 면담을 맡은 담당자는 감염인의 인권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무엇보다 감염인의 인권이 중요하며 감염인 지원을 위해 고민한다고 입바른 소리만 했다.

우리는 HIV/AIDS 감염인이란 이유로 이미 국가에 등록되어 시·도를 경유해 보건소의 관리를 받으며 일선 공무원들에 의해 부주의하게 감염 사실이 노출되어 피해를 당하는 사례들도 봐왔고 늘 감시 받는 듯한 관리체계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데 적십자사라는 민간기구에까지 감염인의 정보를 제공하는 건 차라리 감염인들에게 "당신들은 HIV/AIDS에 걸렸으니 표시 나게 사시오"라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전염병 병력자정보제공은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
덧붙임

윤한기 님은 에이즈인권모임 나누리+(www.aidsmove.org)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