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4시 전국민중연대·인권단체연석회의 등 59개 사회단체는 대책회의를 갖고 '농업의 근본적 회생과 고 전용철 농민 살해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대책회의를 마친 범대위는 오후 6시 빈소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분향실 4호 근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쌀개방 국회비준의 무효를 선언했다. 또 △농정책임자의 처벌 △노무현 대통령 사과 △사건의 진상규명과 경찰청장·행자부장관 파면 △진압 책임자 처벌과 서울경찰청 제1기동대 해체 등을 요구했다.
범대위는 법조계·의료계·시민단체·정당·민중단체·인권단체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조사에 착수하고 정부에 대해 합동조사단 구성을 제의하기로 했다. 또 이날 저녁 6시 장례식장 앞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26일 전국동시다발 추모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저녁 6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추모촛불집회가 열린다. 다음달 1일 전국농민대회와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고 이어 4일에는 민중대회가 열린다. 범대위는 △국가인권위 진정 등 법적 대응 △온라인에서의 추모촛불집회와 추모리본달기 △경찰청앞 규탄집회 △비상시국대회 등을 열 예정이다.
보령농민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농민대회에 참석한 전 지회장은 같은날 오후 4시30분경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1기동대 전경이 방패와 곤봉을 들고 집회대오를 침탈할 때 경찰에 의해 부상당한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윤철중 성주면지회장이 방패에 찍혀 머리와 눈에 타박상을 입었고 윤 지회장과 같이 있던 전 지회장은 같이 참여했던 사람들과 떨어지게 됐다. 수 차례 경찰의 침탈이 계속된 후 어두워지자 보령 농민들은 서로 연락을 취해 귀가버스에 승차했지만 전 지회장은 보이지 않았다. 30분넘게 찾아나선 농민들은 도로변 난간을 붙들고 있는 전 지회장을 발견했다.
당시 전 씨는 △후두부에 빨갛게 타박상을 입었고 △눈 부위에 타박상을 입었으며 △옷이 찢겨져 있었다. 전 씨는 빨리 집에 가고싶다며 말을 횡설수설했고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맨 앞 의자에 누웠다. 휴게소에서 화장실을 들렀는데 화장실에서 나오지 못하고 계속 앉아만 있었고 버스로 갈 때도 한 차례 주저앉기도 했다는 것이 주위의 증언이다.
다음날인 16일 전 씨는 주교면 청년회관에서 농민회원이 주문한 밥을 먹다가 구토했고 머리가 아프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당시 전 씨와 함께 있었던 이병훈 주교면지회 총무는 "고인이 어눌한 말투로 '경찰에게 머리를 맞으니까 불이 번쩍번쩍 나더라'면서도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17일 오후 5시경 다시 청년회관을 찾아간 농민회 회원들은 전 씨가 잘 앉지도 못하고 몸이 자꾸 왼쪽으로 기울고 누운채로 소변을 보는 등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자 급히 보령병원으로 이송했다. CT촬영 결과 뇌출혈로 판명된 전 씨는 급히 충남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충남대병원 진단결과 전 씨는 뇌출혈과 함께 △왼팔 상박부에 큰 타박상을 입었고 △오른쪽 눈 부위에 심한 멍이 있었으며 △오른쪽 가슴 부위에 동그란 멍이 있었다. 곧바로 뇌수술을 받은 전 씨는 23일 자정무렵 갑자기 동공이 풀리는 등 상태가 악화되어 재수술에 들어갔으나 생존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주치의 판단으로 호흡기를 장착한 채 보령으로 이송되던 중 24일 새벽 6시30분경 운명했다. 24일 6시 45분부터 2시간35분동안 실시된 부검 결과 사인은 '외부의 강한 충격에 의한 두부 골절'로 추정됐다.
진압시작 후 20∼30분 후 현장에서 전 지회장을 만난 호서대 학생 임나영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평소 농활 등으로 아는 분이어서 괜찮으시냐고 물었더니 고인은 '경찰한테 맞았더니 뻐근하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1962년 주교리에서 태어난 전 씨는 79년 철도청에 입사하는 등 직장생활을 하다 89년 고향으로 귀농해 버섯농사를 지어왔다. 2002년 농민회 활동을 시작한 전 씨는 지난해 2월부터 보령농민회 주교면지회장을 맡았다. 고인과 어릴 때부터 같은 동네에서 살았던 김영석 전농 충남도연맹 사무처장은 "청년회에서 궂은 일이 있으면 자진해서 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가 각별한 사람이었다"며 "욕 한마디 할 줄 모르는 순박한 사람이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