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교육청(교육장 이남교)은 지난 10월초부터 '리딩(Leading) 중부 대망(大望) 교육'(아래 대망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관내 41개 초등학교 4~5학년을 대상으로 한 '영어왕, 독서왕, 신념왕' 육성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이 정책의 핵심은 바로 이름표에 단계별로 하양-노랑-분홍-빨강-파랑색 ☆표 스티커를 붙이도록 하는 단계별 승격제.
색깔별 ☆표 부착으로 경쟁·타율 불러
우선 영어교육에서는 교육청이 보급한 영어교재에 수록된 영어 한 문장씩을 매일 외우도록 하고, 이름표에 ☆표 4개가 붙을 때마다 다음 단계로 올라간다. 이 때 먼저 외워 합격한 어린이는 '리틀 티처'(Little Teacher)로 임명돼 친구가 문장을 외웠는지 여부를 검사할 수 있도록 했다. 독서교육도 마찬가지. 일주일에 2권씩 학교에서 정해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내면 ☆표를 붙여준다. 또 신념교육에서는 매일 아침 등교할 때마다 자기 꿈이나 목표를 다지고, 학교별 '꿈 다짐' 행사에 참여하면 ☆표를 받는 방식으로 단계를 올라가도록 했다. 이렇게 최종 5단계에 도달한 영어왕, 독서왕, 신념왕에게는 교육장 상장이 주어진다.
대망교육은 지난 9월 새로 부임한 이남교 교육장이 교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의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정책이다. 학기 중 추진 공문이 내려와 아직까지 본격화되지는 않았지만, 내년부터는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 정책이 본격화되면 교육청 관할 1만6천여명의 어린이들이 상을 받기 위해 일률적으로 정해진 책과 영어문장을 외우고, 현재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꿈의 고백을 강제받게 된다. 더구나 가슴에 다는 이름표에 단계를 표시하도록 해 학생들이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낼 뿐 아니라, 지나친 경쟁심이나 우열의식을 심어주고 타율에 길들여지게 만든다.
이에 대해 전교조 서울지부 초등중성북지회 최성호 부지부장(광희초 교사)은 "교사들에게는 전문성과 자율성을 빼앗아 굴종을 강요하고, 학생들에게는 획일적이고 경쟁적인 교육을 강요하는 정책"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꿈마저도 교육청이 관리하나
대망교육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정점에는 바로 신념교육이 놓여있다. 애초 중부교육청은 매일 아침 '국기'를 바라보며 자기 꿈을 고백하도록 할 계획이었다. 또 지난달에는 교육청 주관 '꿈 다짐 행사'에 4~6학년 학생들을 강제동원해 인왕산 정상에서 큰 목소리로 자기 꿈을 외치고 확인 도장을 받게 했다. 이날 행사는 합격할 때까지 큰 목소리로 꿈을 외치도록 하는, 군대식 극기훈련의 전형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군국주의 전시 행정의 부활'이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교육청은 최근 '국기를 바라보며'라는 문장을 삭제하고 꿈 다짐 행사도 학교별로 실시하도록 하는 세부 시행공문을 내려보냈다. 중부교육청 초등교육과 민경일 장학사는 "외부 의견을 수렴해 본인이 직접 꿈을 다지고 확인 체크를 하도록 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정된 계획 역시 '강제적인 꿈 심어주기' 정책의 본질은 그대로라는 지적이다. ☆표 스티커와 단계별 승격 여부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개별 교실이나 학교별 꿈 다짐 행사에서 꿈의 고백이 강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청 관할 세검정초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교육장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내 아이의 꿈이 지금 생길지 내년에 생길지 교육장님이 어찌 아시냐"고 되묻고 어린이들이 스스로 꿈을 찾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이 정책을 당장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인권교육교사모임 권은정 교사 역시 "신념이나 꿈은 자기만의 것이고 자기 스스로 다져나가는 것인데 스티커를 받고 상을 받기 위해 자기 꿈을 확인받도록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교조 서울지부 초등중성북지회는 앞으로 대망교육의 문제점을 널리 알리고, 관련 단체들과 연대하여 대망교육의 추진 중단을 위한 추가 대응을 조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