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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감출 수 없는 경찰폭력, 드러나는 진상

전용철범대위 1차 진상조사 결과…"경찰 진압에 의한 뇌손상"

지난달 15일 여의도 농민대회에 참석했다 경찰폭력으로 부상당해 24일 사망한 전용철 씨의 부상당시 상황과 경찰폭력의 실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농업의 근본적 회생과 고 전용철 농민 살해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아래 전용철범대위) 진상조사단은 9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차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9일 열린 전용철범대위 진상조사단의 기자회견

▲ 9일 열린 전용철범대위 진상조사단의 기자회견



조사결과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6차례에 걸쳐 공격적 진압을 자행했다. 대회를 마친 농민들이 국회 앞으로 행진하자 경찰은 4시 20분경 국민은행 앞에서 1차 진압을 시작했다. 경찰버스로 만든 차벽 사이 공간으로 1001부대가 선두에서 순식간에 밀고 들어왔고 선두 대오와 본 대오 사이 양쪽으로 진압병력이 들어와 고립된 농민들에게 무차별적 폭행이 가해졌다. 당시 대오의 왼쪽 뒤에 서 있었던 경산시농민회 김정호 씨는 경찰이 곤봉과 방패를 휘두르며 침탈하자 뒤로 도망가기 시작했지만 달려온 한 전경이 김 씨의 왼쪽 허벅지를 곤봉으로 가격해 넘어졌고 이어 방패로 왼쪽 눈을 찍어 정신을 잃었다. 김 씨는 17일 아침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의식을 찾았는데 왼쪽 눈 주변과 코뼈가 심하게 부서졌고 시력을 거의 잃었다.

1차침탈 당시 진압상황 [출처] 진상조사단

▲ 1차침탈 당시 진압상황 [출처] 진상조사단



경찰, 6차례 걸쳐 공격적 진압

김경구 민주노동당 보령시위원회 사무차장은 1차 침탈 약 15분 후 쯤에 지하보도와 산업은행 사이에서 전투경찰에게 쌀 수입 개방에 대해 훈계하고 있는 전 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4시 30분∼40분경 하나은행 앞에서 여의도공원 입구까지 2차 침탈을 시작했다. 지하보도 때문에 길폭이 좁아져 대피할 공간이 없는 농민들이 순식간에 공원입구 쪽으로 몰렸고 반대편 차선에서 차벽 뒤에 있던 전경들이 양옆에서 들어와 시위대를 급습했다. 시위대는 난간과 지하보도, 가로수 때문에 신속하게 후퇴하지 못해 심각한 부상자들이 나왔다. 류홍석 완주군농민회 조직부장은 경찰이 던진 돌에 맞아 이마를 맞아 쓰러졌는데 경찰이 달려들어 방패로 입 주위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어 앞니 2개가 부러지고 3개는 교정 중이지만 의치를 해야 하는 부상을 입었다.

목격자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고 전용철 씨의 동선 [출처] 진상조사단

▲ 목격자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고 전용철 씨의 동선 [출처] 진상조사단



2차침탈 직후 대학생 임나영 씨는 산업은행 조형물 앞에서 전 씨를 목격했다. 당시 전 씨가 먼저 임 씨를 알아보고 어깨를 툭 치면서 "여기저기 맞았는데 다른 곳은 괜찮아, 근데 (손으로 머리 뒷부분을 만지며) 뒷머리를 한대 맞았는데, 여기가 좀 아프다"라고 말했다고 임 씨는 진술했다. 임 씨는 전 씨가 외상은 없었으나 정신이 없어 보였고 술냄새는 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3차 침탈은 5시 20분경 산업은행 앞에서 시작됐다. 경찰은 반원꼴 대형으로 농민들을 공원의 좁은 입구로 몰아넣었고 공원 옆의 차도에서도 전경이 들어왔다. 이어 5시 40분경 시작된 4차 침탈에서 경찰은 신고된 집회장소인 공원 안으로 밀고 들어와 해산위주 작전이 아니라 공격적 검거작전으로 전환했다. 당황한 농민들은 입구로 들어가지 못하고 난간을 넘는 등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캠코더로 현장을 촬영하던 박인환 곡성군농민회 사무차장은 4차 침탈 직후 공원 안 매점 간이탁자에 앉아 있는 전 씨를 목격했다. 박 사무차장은 전 씨가 "오늘 다친 사람들이 많네"라며 초면인 자신을 불러 합석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진술했다. 박 사무차장은 자신이 찍은 영상물을 보내주기 위해 주소와 이름을 물었는데 명함이 없는 전 씨가 다른 사람의 명함 뒤에 '보령시농민회 지회장 전용철'이라고 써 주었다고 밝혔다. 당시 전 씨는 힘들어 보였지만 말은 정상적으로 했고 외상의 흔적은 없었다.

6시 10분경 경찰은 공원 안에서 5차 침탈을 시작했다. 공원안에서 대형을 유지하던 전경이 측면의 전경과 합세해 국기게양대 쪽을 진압했고 농구대로 막고 있던 농민들은 순식간에 밀리면서 대부분 공원 밖으로 쫓겨났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저항할 수 없는 농민들을 무자비하게 구타했다. 이어 6시 20분경 공원 안 본대회 장소 전체를 장악하는 6차 진압이 시작돼 무대 근처에서 치료 중이던 농민들까지 집단 구타당했다.

정읍에서 상경한 한수봉 씨는 무대를 바라본 방향에서 왼쪽으로 경찰병력이 밀고 들어와 쓰러진 노인을 부축하고 있던 자신을 비롯한 여러 명의 농민을 방패로 내리찍어 코뼈가 부러졌다. 임실에서 온 이재호 씨도 여기서 방패에 맞아 어깨가 탈골됐고 전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농민 배검 씨, "경찰이 방패로 전 씨를 3번 내려쳤다"

전남 화순에서 농사를 짓는 배검 씨는 이날 진압경찰을 피해 공원 잔디밭으로 피했다. 배 씨는 경찰이 공원으로 진압을 시도하자 국기게양대 방향으로 20∼30미터 지점에서 전 씨가 팔을 벌리며 막는 자세를 취했고 경찰 방패에 맞아 바로 그 위치에서 뒤로 넘어졌다고 진술했다. 배 씨의 증언에 따르면 경찰은 방패로 전 씨를 3번 내려쳤다. 경찰은 △전 씨의 머리를 향해 방패를 내려쳤는데 맞은 부위가 머리인지 가슴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쓰러지지는 않았고 △이어 다시 방패로 찍었는지 밀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가격해 전 씨가 넘어졌고 △넘어진 전 씨를 다시 방패로 내려쳤다. 이후 진압봉으로 2∼3차례 가격하면서 전 씨를 넘어 갔는데 밟고 넘어갔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고 배 씨는 진술했다. 진상조사단의 현장검증 결과 배 씨와 전 씨의 거리는 11.8미터였다.

7일 여의도공원에서 진행된 현장검증. 배검 씨의 증언에 따라 당시 상황을 연출했다.

▲ 7일 여의도공원에서 진행된 현장검증. 배검 씨의 증언에 따라 당시 상황을 연출했다.



5분 정도 지나 경찰이 뒤로 빠지자 배 씨는 잔디밭을 우회해 전 씨가 쓰러진 현장에 접근했는데 주변에 5∼6명이 몰려들어 상태를 살폈다. 당시 전 씨는 누워 있었고 전혀 의식이 없었으며 얼굴에 핏자국은 보지 못했다고 배 씨는 밝혔다.

같은 시각 국기게양대 부근에 있던 김장택 전농 제주도연맹 조천읍지회장과 정태문 같은연맹 성산읍지회장은 국회 방향으로 20∼30미터 떨어진 곳에 사람이 쓰러져 있어 달려가 보니 가만히 누워 있길래 맥박이 뛰는지 확인했다. 강순희 제주 여성농민회 사무처장은 정 지회장의 부탁을 받고 119로 신고했는데 이동통신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전화한 시각은 당일 저녁 6시19분26초였다.

고 전용철 씨가 쓰러진 당시 목격자들의 위치 [출처] 진상조사단

▲ 고 전용철 씨가 쓰러진 당시 목격자들의 위치 [출처] 진상조사단



산업대 학생들 "쓰러진 전 씨를 방패와 곤봉으로 가격하고 밟고 지나가"

당시 국기게양대 부근에 서 있었던 산업대 학생 3명도 이 장면을 목격했다. 이들은 6시 10분경 전경들이 진압을 시작했을 때 5백명도 안되는 농민들이 광장 무대 앞에서 정리집회를 하고 있었는데 전경이 밀고 들어오자 농민들은 뿔뿔이 흩어졌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전경들이 밀고 들어온 후 국기게양대에서 15∼20미터 떨어진 곳에 한 사람이 누워 있는 것을 목격했다. 전경들이 들어오기 전에는 해당 장소에 누구도 넘어져 있지 않았다고 이들은 밝혔다.

3명 가운데 김도윤 씨는 쓰러진 사람이 검은색 잠바에 운동화를 신고 있었고 일반 농민들에 비해 장발이었다고 기억했다. 양팔은 아래 방향으로 펼쳐 있었고 힘없이 축 늘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첫 느낌에는 죽은 사람처럼 보였다고 김 씨는 진술했다. 또 후미에 있던 전경들이 누워있는 사람을 향해 방패를 휘두르는 것과 곤봉으로 가격하는 것을 목격했고 그 뒤 일부 전경들이 밟고 지나가는 것을 보았고 맨 뒤에 있던 전경들은 발견하고 피해서 지나가는 것도 봤다고 밝혔다. 같이 있던 임도균 씨도 후미에 있던 전경들이 쓰러진 사람을 방패로 찍고, 곤봉으로 때리는 것을 보았고 어떤 전경은 밟고 지나갔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당시 텔레비전 방송국 카메라를 든 기자 1명과 조명기사 1명이 조명을 밝힌 상태에서 누워있는 사람의 머리 쪽에서 촬영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진압전경이 들고 있던 방패에는 1자, 0자, 3자가 적혀 있었지만 1003은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이후 김장택·정태문·배검 씨 등 4명이 각각 전 씨의 팔다리를 들어 무대 뒤로 옮겼고 담요를 바닥에 깔고 눕혔다. 전 씨는 5분 정도 후 눈을 희미하게 뜨고 의식을 찾은 듯이 보였지만 머리를 한쪽으로 갸우뚱하게 기울인 상태에서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며 중얼거렸으나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고 이들은 진술했다. 얼마 후 부축을 받고 일어선 전 씨는 한화증권 방향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저녁 7시경 첫 목격자였던 김경구 사무차장은 한화증권 앞 가로수 옆에 설치된 난간에서 전 씨를 발견했다. 김 사무차장은 전 씨가 난간을 잡고 가로수에 기대어 앉아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고 넋이 나간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전 씨를 부축해 관광버스까지 데리고 갔고 전 씨는 운전석 뒤쪽 대각선 방향의 좌석에 앉자마자 비스듬이 누웠다. 당시 관광버스 운전기사 이 아무개 씨는 귀가 중 광천읍내에서 식사를 하고 버스로 돌아와 보니 전 씨가 의자에 구토를 해 자신이 직접 치웠으며 이 내용에 대해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진상조사단, "진압경찰 가격 또는 그에 의해 넘어져 뇌손상"

진상조사단은 "문답진술과 현장검증에서 목격자들은…구체적인 시간대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당시의 전반적인 정황, 문화마당에서의 구체적인 상황, 시간의 대체적인 흐름에서 모두 일치하며, 진술들을 배제할 만한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전 씨가) 농민대회 전까지는 건강상의 이상을 보이지 않았으며, 농민대회 이후 심각한 뇌손상 환자의 전형적인 증세를 보였다"며 "농민대회에서…가격을 당하여 넘어져 뇌손상을 당할 가능성 외에 다른 방법으로 뇌손상을 당할 가능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진상조사단은 "여의도 농민대회를 강경 진압한 전경들의 가격에 의하거나 그에 의해 넘어져 뇌손상을 입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결론내렸다.

진상조사단은 또 이날 현장 지휘책임을 서울경찰청 차장이 맡았고 이종우 서울경찰청 기동단장이 보좌했다며 "이날의 시위진압은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였고, '장비사용에 관한 규정' 제3조(경찰장비의 일반적 사용기준)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상조사단은 경찰에 대해 △당일 현장 채증 및 수집된 사진과 동영상 자료, 시위진압계획, 경력배치현황, 무선녹취록 공개 △현장 지휘자, 부대 관계자, 부대원들에 대한 자유로운 조사에 협조 △과잉진압의 책임자 색출과 엄중문책 등을 요구했다. 또 정부에 대해 △전의경 기동단을 해체해 과잉진압의 원인을 제거하고 △시위진압에 전경을 투입하지 말며 △부대원들이 실명으로 임무를 행하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전용철 농민의 죽음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부상자들에 대한 치료와 보상도 함께 요구했다.

이후 진상조사단은 고 전용철 농민을 비롯한 피해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가해자들을 특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할 경우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지난 1일 구성된 진상조사단은 양길승 녹색병원 원장을 단장으로 △이영순(민주노동당 의원) △김정범(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 △김희수(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석운(전국민중연대 집행위원장) △성종규(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박래군(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등이 참여했다. 실무팀으로는 원불교인권위 등 인권단체 경찰대응팀이 활동했다.

현재 전용철범대위 진상조사단 외에도 전농의 진정을 받아 조사를 시작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침해조사1과와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의 제안으로 의원 8명이 구성한 '진상조사 국회의원 모임'이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의원모임은 8일 국회에서 진상조사 청문회를 개최했으나 경찰 측은 수사 중인 사건이라는 이유로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