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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새만금 갯벌 파괴하면서 습지의 날 기념하겠다니…"

주민들, 고깃배 앞세우고 청와대로 행진 시도

"'습지 없는 습지의 날' 노무현 정부의 습지파괴 정책을 강력히 규탄한다." "바다는 관광산업을 위한 개발 대상이 아니라, 뭇 생명의 터전이다."

2일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 2일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제10회 세계 습지의 날'인 2일 오전 11시 '새만금 화해와 상생을 위한 국민회의'는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환경단체, 국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한국의 중요한 습지의 참 모습을 찾고 보전 정책을 논해야 할 이 기념의 순간에, 노무현 정부는 새만금 갯벌의 생명 평화를 위한 국민들의 염원을 저버리고 끝끝내 방조제를 완공하겠다는 반 습지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며 "세계 습지의 날을 맞이한 우리의 현실은 매우 참담하다"고 밝혔다.

어민들은 새만금이 막히면 배가 필요없다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를 전달하겠다고 나섰다.

▲ 어민들은 새만금이 막히면 배가 필요없다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를 전달하겠다고 나섰다.



매년 2월 2일은 람사협약을 기념하기 위한 '세계 습지의 날'이다. 1971년 2월 2일 체결된 이후 올해 35주년을 맞이하고 있는 람사협약은 수자원보호, 지역주민들을 위한 습지의 지속가능하고 현명한 이용과 생물종다양성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으로 현재 150개 국가가 가입해 있고, 1558개 습지가 '람사사이트'로 등록·보호되고 있다. 한국정부도 지난 1997년 람사협약에 101번째로 가입했고 전라북도 순천ㆍ보성갯벌 등을 '보전해야할 국제적인 연안습지'로 등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우간다에서 열렸던 람사회의에서는 2008년에 열리는 차기회의 개최국을 한국으로 결정한 바 있다.

200여명이 모인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지역인 부안 계화도 어민 고은식 씨는 "주민에게 보상을 받았으니 떠나는 것이 당연하다는 정부의 무책임한 말 앞에 우리 주민들은 살 길이 막막하고 망연자실한 상태"라며 착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지난 1994년 시화방조제 물막이 공사 완료 후 급격한 환경오염으로 인해 피해를 겪은 시화호 주민대표 윤영배 씨는 "우리가 경험한 비극을 새만금에서 똑같이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개발사업은 지역경제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업을 추진한 정권과 기업은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며 손떼면 그만이지만, 그 짐은 환경과 어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고 말했다. 시화호는 정부가 98년 11월 담수화를 포기한 이후 생태환경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개발계획은 또다시 추진되고 있으며 법적인 피해보상 문제가 남아있어 주민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청와대로 가는 배 앞을 경찰이 가로막았다.

▲ 청와대로 가는 배 앞을 경찰이 가로막았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살려주세요"라는 쪽지로 빽빽이 장식된 고깃배를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인도를 통한 행진을 시도했으나 경찰은 대열 앞을 가로막고 이를 저지했다.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흩어져 오후 1시 50분경 청와대 앞 신교동 사거리에 다시 집결해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을 살려내라", "새만금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고깃배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계획은 경찰이 고깃배를 실은 트럭을 가로막아 무산됐다.

지난해 11월 9일 전라북도와 농업기반공사는 새만금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를 3월 24일 시작해 4월 24일 완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시민단체와 종교계, 새만금연안 피해 어민들은 새만금 갯벌이 영영 사라지게 될 4월 24일을 앞두고 막판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새만금 피해주민 대책위원회 발족식이 부안 계화도에서 열렸고 매주 수요일마다 교보문고 앞에서 촛불 집회가 열리고 있다. 오는 17일에는 서울 조계사에서 4대종단 성직자들이 '새만금 화해와 상생을 염원하는 범종교인 기도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