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는 현 주민증이 위·변조와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에 취약한 문제를 극복하겠다며 내부에 아이씨(IC)칩을 넣어 △주민등록번호 △성명 △사진 △지문 △주소 △인증서 △비밀번호(PIN, Personal Identification Number) △부가서비스 본인 선택시 연계키(KEY)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록한다고 밝혔다. 전자주민카드 외부에 수록되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로는 △성명(영문성명) △생년월일 △성별 △사진 △카드발급번호 △발급기관정보 등이 있다.
행자부는 "온-오프라인 상에서 확실한 신분확인 기능을 제공하고 국민 생활편익을 증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카드발급번호나 개인 인증서로 전자정부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지금은 동사무소를 방문해 등·초본을 발급 받아 은행에 서류로 제출해야 했다면 전자주민카드 체계에서는 은행창구에서 이 카드로 전자정부에 접속해 등·초본사항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
행자부는 △출·입국절차 간소화 △경로우대 확인 △건강보험증 자격여부 확인과 함께 본인의 선택에 따라 기능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향후 다양한 행정서비스 및 전자투표 등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확장성을 고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카드발급번호를 온라인에서 주민등록번호의 대체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행자부는 이 안으로 10일 낮 프레스센터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후 몇차례의 공청회·토론회를 거쳐 오는 4월까지 주민증 발전모델연구를 끝낸 후 국회 입법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겹다! 전자주민카드
전자주민카드 사업은 지난 10년동안 끊임없이 시도돼 왔다. 96년 내무부는 주민편의와 비용절감을 이유로 주민등록증·국민연금증서·의료보험증·인감증명서 등 7개분야 41개 정보를 집약해 하나의 IC칩 속에 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같은해 10월 사회단체들은 정보누출시 막대한 프라이버시 침해와 정보독점에 따른 정부 통제의 강화 등을 지적하며 '통합 전자주민카드 시행반대와 프라이버시권 보호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반대운동을 시작했다.
97년 11월 전자주민카드 시행의 근거법률인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국민회의 소속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여당이었던 신한국당 의원들만의 표결처리로 통과됐다. 하지만 이 사업은 같은해 12월 대통령후보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반대입장을 밝히고,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중단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림에 따라 일단 주춤했다. 전자주민카드 사업은 98년에도 행자부에 의해 다시 추진됐지만 사회단체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쳤고, 결국 같은해 9월 행자부가 "경제사정을 감안해 전자주민카드사업을 연기하겠다"고 밝혀야 했다. 이후 전자주민카드 반대운동은 주민증 제도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며 99년 '지문날인 거부운동'으로 확대된 바 있다.
2001년에는 보건복지부가 '전자건강보험증'을 도입하겠다고 밝혀 '제2의 전자주민카드'라는 비판을 받았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부당청구를 막는다는 핑계로 △주민번호 △지문 △이름 △혈액형 △처방내역 △병력사항 등 각종 개인정보를 IC칩에 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가 역시 반발에 부딪혀 포기한 바 있다. 2003년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 등 관련 공무원과 삼성 에스디에스, 엘지 시엔에스, 쌍용 등 대기업, 학계가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자건강카드 사업을 다시 추진하기도 했다.
"전국민 주민증 강제발급부터 중단하라"
행자부 발표에 대해 지문날인반대연대 이은희 활동가는 "90년대 후반 시도된 전자주민카드는 개인정보의 과도한 통합과 유출가능성이 낳을 사회적 문제 때문에 중단되었다"며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채 다시 전자주민카드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기본방향으로 삼는 사업이 되려면 전제조건이 있다"며 17세 이상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주민증 강제 발급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미 자신의 필요에 따라 발급받은 운전면허증, 여권, 학생증 등 다양한 신분증이 있으며 이것으로 자신의 신원을 증명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다는 것. 획일적인 국가 신분등록증이 오히려 위변조 범죄와 함께 금융기관 등에서 무리하게 주민증을 요구하는 근거가 돼 불편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한편으로 신분증의 지문정보 수록도 폐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활동가는 "개인의 지문정보는 개인에게 고유하고 평생 변하지 않는 생체정보로, 그 수집이나 사용이나 관리에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하는 중요한 정보"라며 "우리 사회는 지문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매우 당연하고 편리한 것으로 훈육해왔고, 그 가운데에 지문정보가 수록된 국민신분증 제도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집적이 정보유출 불러…"수록정보 최소화해야"
이에 더해 신분증에 수록되는 정보의 최소화도 필요하다. 이 활동가는 "많은 정보가 수록된 이 신규 신분증에 대해 도용 수요가 증가할 것은 자명하다"며 "이 위험성은 단지 보안 강화로만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각각의 개인정보가 개인이 항시 소지하고 다녀야 하는 정보인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 이 활동가는 "추가입력과 수정이 가능한 IC칩을 전자주민증에 탑재한다면 이후 추가 정보가 수록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각 정부부처에서 보유하고 있는 국민의 개인정보가 전자정부를 통해 집적되는 것도 문제. 이 활동가는 "잦은 개인정보 노출 사건들은 단순히 시스템의 보안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전자정부 전반에 걸친 무시무시한 양의 개인정보의 통합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불확정성 자체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정부는 모든 국민의 모든 개인정보를 통합하여 관리하겠다는 오만한 구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