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노동자들을 위해서, 현대차의 불법을 알리기 위한 현대차 불법을 거리 40년 이라는 행사에서 사랑방 활동가들과 함께 페이스페인팅을 했습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무렵 부스행사가 있을 때 재미난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페이스페인팅을 시작했었습니다. 항상 거리에서 긴장되고 싸움에 지쳐있는 이 들의 얼굴에다 알록달록 예쁜 그림들을 그려넣는 일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번에도 유성기업 노동자분들의 얼굴에 꽃을 그리는 일은 웃음이 가득 한 일이였습니다.
저는 일부러 ‘꽃’을 그리는 이유도 있습니다. “어떻게 남자 얼굴에 꽃을 그려~ 에이~” 라고 하면서 쑥스러워 하는 삼촌들에게 남자얼굴에도 꽃을 그릴 수 있다는 걸 몸소 체험하게 해드리는 일은 유쾌하면서도 의미가 있더라구요. 쑥스럽게 거울을 보시는 분, 동료들이 놀리면서 장난치면 도망가시는 분 등 다양한 분들을 만나지만 모두들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해서 항상 기분 좋게 끝내는 것 같습니다. (처음 같이 한 홍차와 재훈씨가 뜻밖의 재능을 뽐내주셔서 더욱 즐겁게 한 것 같아요!)
유성기업 노동자분들이 처음 서울 시청광장에 올라오셔서 쓰레기봉투를 덮고 자면서 겪었던 고생과 아픔의 시간들을 곁에서 보았기에 더욱 즐겁게 웃으시는 모습이 더 가슴에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난 유성기업 노동자분들은 정말 유쾌하시고 자신의 노조에 자부심이 있는 멋진이들이었는데 경찰의 폭력 속에서, 몇몇 지나가는 시민들의 싸늘한 시선 속에서 웃음 없이 긴장되고 힘들어 하실 때면 참 속상했거든요. 천막이 지어지기 전 시간들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냐는 말이 계속 나올 정도로 경찰의 폭력이 심했었습니다. 침낭을 뺏어가고 영정이 짓밟히고,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시간들을 지나 천막을 차려 분향소를 지키는 유성기업 노동자분들에게 이번 행사는 더욱 의미 있었을 것 같습니다. 더욱 많은 이들이 유성기업을 알고, 연대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으니까요.
그림을 썩 잘 그리진 못하지만 함께 웃으면서 했던 페이스페인팅이 잘 마무리되어서 너무 기쁩니다. 하루빨리 한광호 열사의 억울한 죽음이, 노조탄압의 심각성이 많이 알려져서 현장에서 유성기업 노동자분들이 다시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길 바랍니다.
(기회가 된다면 우리 바쁜 사랑방활동가들 얼굴에도 꼭 꽃 한송이씩 그려드릴게요: )
- 이현숙
유성기업은 ‘우리는 올빼미가 아니다!’라는 노동자들의 구호로 기억하고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현대차까지 개입한 노조탄압에 화가 치밀고, 야간노동 철폐를 외치는 유성기업 노조를 내심 응원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연한 권리를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는 이유만으로, 유성기업 노동자 한광호 씨가 사측의 가혹한 노조탄압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는 소식에 깊이 절망했습니다. 왜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죽어야 할까. 노동조합은 헌법이 보호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단결 수단인데, 현실은 어쩜 이토록 헌법을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것인지. 뉴스를 보고 혼자서 생각할 때는 마냥 비관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4/23 유성집중행동에 참여하면서, 조금은 힘을 냈습니다. 집중행동에 오신 유성노조 조합원 분들과 참여한 시민 분들에게 페이스페인팅을 해드리면서, 누구보다 마음이 아프실 노동자 분들이 계속 힘을 내서 싸우고 있고, 그들과 함께 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계속 싸움이 이어지고 있는데, 제가 너무 쉽게 절망하고 체념했던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도 지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하루였습니다. 부디 유성노조가 끝까지 지치지 않고 투쟁해서 꼭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 홍차
사람사랑에서 첫인사를 드린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덟 달이 훌쩍 지났네요. 이렇게 사람사랑 지면으로 두 번째 인사를 드려요.
4월 16일,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추모하며,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연대를 다짐했던 그날, 현대자동차그룹 본사가 있는 서울 양재동에서는 한광호 열사를 추모하고, 유성기업-현대자동차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범국민 대회가 열렸어요. 범국민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 국화 꽃 한 송이와 책임자 처벌 규탄 피켓을 들고 현대차 본사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궂은 날임에도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범국민 대회 내내 한광호 열사의 억울한 죽음과 그의 죽음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도 보이지 않고 뻔뻔하게도 단지 개인의 죽음으로 몰고 가려는 유성기업-현대차를 한목소리로 규탄했습니다. 한자리에 모인 참가자들은 한광호 열사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4월 18일부터 23일까지 한광호 열사 집중추모행동 주간을 선포해 한광호 열사를 추모하고 사측의 노조파괴와 노동자 괴롭힘을 세상에 널리 알려 시민들과 연대하고자 했습니다.
인권운동사랑방도 집중추모행동 주간에 부스를 설치하고 페이스페인팅과 스티커 붙이기 설문사를 함께 운행했습니다. 페이스페인팅 부스에서는 홍차와 현숙이 각자 도안한 그림을 사람들의 얼굴에 그려 멋들어지게 포인트를 살려주었답니다. 두 사람은 모두 페이스페인팅은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전문가 솜씨 못지않은 실력을 발휘했어요. 특히 올빼미 그림과 함께 ‘노동자는 올빼미가 아니다’고 하는 한 문장은 저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여러 사람들 마음속에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절규하며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외침과 과학이 첨단으로 치닫는 이 시대에 ‘노동자는 올빼미가 아니다’고 말하는 노동자의 외침이 한데 겹쳐 한목소리로 들리는 듯했습니다. 마음속과 뼛속까지 절절히 스며드는 듯했습니다.
한편, 사랑방이 함께 운영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 스티커 붙이기 설문조사’ 부스에서도 시민들의 열띤 관심과 호응이 있었어요. ‘노동자 괴롭힘을 해결하기 위해 시급히 필요한 것들’과 ‘이것도 괴롭힘이야? 권력관계를 바탕으로 한 직장 내 괴롭힘’ 두 가지 설문 주제를 두고, 시민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항목에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직장 내 괴롭힘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걸 미처 알지 못했고, 일상다반사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 해결책으로 ’가해 경영자 처벌을 위한 법 제정‘과 ’노동자 괴롭힘에 대한 실태조사‘ 등이 절실히 필요함을 공감했습니다.
한광호 열사가 죽은 지 두 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한광호 씨를 죽음으로 내몬 사측의 노조파괴와 노동자 괴롭힘은 멈추지 않은 채, 또 다른 노동자에게 죽음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시청광장 한편에 초라하게 차려진 한광호 열사 시민분향소에는 열사의 죽음을 추모하고 연대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측과 권력기층에게는 그저 자신들의 탐욕과 치부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차려진 분향소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습니다. 더구나 그들은 분향소를 허물기 위해 밤낮으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한광호 열사의 죽음이 헛되이 되지 않기 위해, 폭주하고 있는 노조파괴와 노동자 괴롭힘을 멈추기 위해,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우리는 올빼미가 아니다’ 를 함께 외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