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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한광호가 떠난 지 1년, 노조 할 권리는 보장되고 있나?

유성기업에서 일하다 회사의 괴롭힘을 이기지 못해 2016년 3월 17일 노동자 한광호가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가 죽어야 했던 이유는 헌법에도 보장된 권리인 노동조합에 가입해 대의원으로 활동했다는 사실 뿐입니다. 어떻게 노조활동이 죽어야할 이유가 되냐고 놀라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법이나 헌법은 자본의 힘에 의해 쉽게 무시되는 게 현실입니다. 불법적으로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부당징계하고 해고하고, 그도 모자라서 사측은 노조법에 어긋나게 어용노조를 만듭니다. (노조법상 노조는 회사의 개입 없이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유성기업 어용노조인 2노조도 법원의 판결로 해산됐습니다. 그러나 제3의 어용노조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처벌은 노동자만 받는 세상이고 그게 억울해서 그는 죽었습니다. 그래서 동료들이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의 처벌을 촉구하며 싸웠고 그 결과 2월에 유시영 회장이 법정 구속됐습니다. 유시영 회장이 구속이라도 돼서 353일 만에 한광호 열사의 장례를 치렀습니다.

 

장례는 치렀지만 여전히 유성기업 측은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어용노조를 통해 민주노조와는 타협이 없다는 둥, 관리자들은 회장이 구속됐어도 상관없다는 둥 회사 홍보물을 공장에 붙이고 떠듭니다. 법원에서도 노조법을 어긴 유시영 회장의 위법사항을 30분이나 읽을 정도로 긴 내용을 열거하며 회장을 구속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유성기업은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박근혜와 그렇게 닮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판결문에는 현대차의 노조파괴 지시도 들어있지만, 검찰은 현대차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박근혜와 최순실 일당에게 뇌물을 바쳤지만 정몽구 회장에 대한 수사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조합원 해고가 이어지고 어용노조가 활개를 치고 있는가 봅니다. 그래서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여전히 거리투쟁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본사 앞에서 농성을 하고 한남동 정몽구 자택 앞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습니다.

 

씁쓸한 1주기 추모제

 

3월 17일,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열린 1주기 추모제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하필이면 그날 아침에 유성기업은 유시영 회장 구속에 따른 이사를 새로이 선임했습니다. 그렇다고 유시영 회장 일가가 물러난 것은 아니고 서류상의 이사만 바뀐 것이지요. 그리고 현대차도 주주총회에서도 정몽구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신임을 받았습니다. 여전히 불법을 저지르며 노조 할 권리를 침해할 자들의 체제는 공고합니다. 씁쓸했습니다.

 

이렇듯 당장 공장에 민주주의가 닿지 않고 여전히 유성기업은 괴롭힘의 전쟁터입니다. 1주기 추모제에서 추도사를 하는 마음이 무거웠지만 동료를 믿고 여기까지 왔으니 힘을 내자고, 우리 옆의 동료와 시민들이 싸운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니 힘을 내자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외치자고, 노조파괴가 노동조합에 가입한 사람들의 삶을 깨뜨리고 목숨을 위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더 많이 알리자고 다짐했습니다.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라!

 

우리나라의 노조가입률은 10% 미만입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노조파괴’니 ‘노조탄압’이니 하는 말들이 참 남의 일 같이 여겨집니다. 하지만 노조 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를 뺏기 위한 수순입니다. 노조 할 권리는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사람의 권리도 침해합니다. 유성기업에서도 노조파괴 작업이 이뤄진 후 노동 강도가 세지고 노동조건이 나빠졌습니다. 구조조정을 해서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동조합을 깨려고도 합니다. 지금 유성기업 현장에서 구조조정 소문이 떠돌고 있는 이유입니다. 유성기업은 사업장 규모는 작지만 정규직 노동자가 대부분입니다. 또 다른 노조파괴사업장인 갑을오토텍도 비정규직이 없는 공장이니까요. ‘노조파괴-정리해고(구조조정)-비정규직 확산’ 이런 수순으로 갑니다. 현대차가 자동차부품사 노조를 파괴하려고 한 이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결과 자동차부품회사의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악화됐습니다.

 

게다가 노조가입자들이 고통당하는 것을 본 사람들은 노조에 가입하기 두려워합니다. 혹시라도 나에게 불이익이 올까 걱정하는 거죠. 노동자의 권익을 뒤로 돌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민들이 함께 할 이유가 분명하지요. 이렇게 노조가 점점 사라지다보면 가입할 노조가 없습니다. 이른바 신규취업자는 노조가입 선택의 자유도 빼앗기게 되는 꼴이지요. 그러니 ‘노조파괴는 살인이다’를 넘어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위한 싸움이기도 한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싸움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