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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버스

디요

버스보다 지하철을 좋아했다. 도시적이고, 빠르고.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목적지와 역 사이의 거리, 오르락내리락 등 여러 이유로 버스를 애용하게 되었다. 더 가까이 데려다줘서 덜 걷게 만드는. 그런데 시간이 점점 더 지나자 스쿠터, 1-2인용 전기차, 경차 등 뭐든 좋으니 3보 이상 걷지 않아도 되는 탈 것에 매력을 느껴가는 요즘이다.

정록

2000년대 초반, 이명박이 서울시장일 때 서울시 버스체계가 크게 바뀌었다. 파란버스 초록버스가 생기고, 번호도 다 바뀌고, 버스전용차로도 생겼다. 난 좋았는데 주변에는 이명박 싫어하는 사람들만 있어서인지 다들 투덜댔던 기억이... 대놓고 좋아하지도 못하고 혼자 난 괜찮은데 하고 중얼거렸던 기억이 난다.

세주

버스를 타는 것은 많은 시각자극을 선사한다. 앞문 출입구 첫자리, 혹은 맨 뒷자리에 앉는다면 기분이 좋다. 운이 좋은 셈이다. 초등학교 때 등하교 길 '혼자' 버스를 타러갔다가 선생님한테 혼났었다. 그 선생님의 책임감을 이해하지만 그때는 화가 났었다. 버스 탈 때마다 느끼는 건 빈자리를 찾는다면 너무 좋지만 그렇지 못하면 너무 괴롭다.

바람소리

집이 엄청난 꼭대기에 있다보니 마을버스를 꼭 탄다. 마을버스라 그런지 운전기사와 승객들이 서로 아는 경우가 많다. 누구누구의 안부를 묻기도 한다. 마치 시골버스 분위기랄까. 게다가 겨울에 그 비탈진 곳을 여러 사람을 태운 버스로 운전하는 걸 보면 경이롭다. 마을버스 운전사 월급이 많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보통 마을버스에서 경력 쌓고 일반버스로 간다니... 쩝. 엄청 급여가 짠가보다!

버스 앞자리에 타면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확 트인 창을 보면서 가면 바깥 구경을 하는 재미도 있고, 덜 답답하기도 하고. 근데 이젠 앞자리가 비었다고 언제든 앞자리에 앉지 않는다. 어디서든 잘 자는 편인 나는 버스에서도 금세 졸음이 오는 편이다. 경기도 광주시에 사는 친구를 만나고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날, 평소처럼 제일 앞자리에 앉았다. 따뜻한 햇살 기운에 막 점심을 배불리 먹은터라 어느새 잠든 나를 운전하던 기사님이 "앞자리에서 그렇게 자면 어떡하냐"며 깨우셨다. 그럼 자기도 영향을 받는다고 하시면서. 고속도로 진입한지 얼마 안되어 아직 도착하려면 한창 남았는데 졸지 않으려고 엄청 애를 쓰면서 왔던 기억이 있다. 그날 이후 버스를 탈 때 잠들 것 같으면 앞자리는 피한다.

미류

내 인생의 버스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빠와 떨어져 혼자 타게 된 버스인데, 이거 왠지 아그대다그대에서 한번 얘기한 적 있는 것만 같다. 음... 고속버스를 탔는데, 언제쯤 어디로 가는 버스였는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고, 죽을 뻔했던 기억만 난다. 버스가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긴 고가도로 위로 들어섰는데 갑자기 대형트럭 하나가 버스를 길 가쪽으로 밀어붙이며 위협하기 시작했다. 정말 아슬아슬해서 승객들이 전화기를 꺼내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버스와 트럭은 다음 휴게소로 모두 들어갔고, 두 차량의 운전기사들이 싸우는 걸 기다렸다. 누가 무슨 잘못을 먼저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정말 그러시면 안 되는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