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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우리 사회 사상·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한 인권단체 의견서'

법무부 장관에게 보내는 '우리 사회 사상·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한 인권단체 의견서'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 강금실 법무부장관은 국가보안법은 대체 입법을 추진하고, 4월 중순경 미결수와 기결수 1,000여명 정도에 대해 사면 복권을 단행하며, 준법서약제는 폐지하고, 주동자가 아닌 한총련 수배자의 경우 자수할 경우 불구속 수사하는 방안과 노동부문의 경우는 검찰의 공안기능에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강금실 법무부장관, 그리고 청와대 관계자들의 잇따른 발언으로 국가보안법의 개폐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특히 한총련 수배 학생들의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것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도 양심수에 대한 사면복권 조치가 없었던 상황에 비한다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강금실 법무부장관이 새 정부에 들어와 양심수에 대한 사면복권을 단행하고, 준법서약제를 폐지할 것이며, 노동문제를 공안기능에서 분리하겠다는 방침이 일단 진전된 정부의 입장임을 인정하고 이를 환영합니다. 그렇지만, 국가보안법의 대체 입법 추진, 한총련 수배자의 선별 불구속 수사 방침,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가석방 제외 등의 방침은 새 정부가 확고하게 세워야할 인권의 원칙과는 거리가 먼 인식이기에 우려를 금할 수 없
습니다.

이에 우리 인권단체들은 최근의 국가보안법 등의 정부 방침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우리 사회와 국가가 과거 냉전적인 사고를 강제하는 법률과 공안기관들에 의해 민주사회의 기본적인 요소인 사상·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함으로서 국제 사회에서 인권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짊어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충정에서 우리의 의견을 밝힙니다. 우리는 '인권의 이름으로' 현재 국가보안법과 그에 기댄 공안당국에 의한 인권침해에 반대하면서 '인권의 이름으로' 국가보안법의 폐지와 양심수들의 전면적인 사면 복권을 주장합니다.

1. 국가보안법은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발전을 여전히 가로막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서슬 퍼런 군사독재를 국민적 저항으로 물리치고, 민주화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민주화의 길은 군사독재의 혹독한 탄압에 맞서 자신을 던졌던 수많은 이들의 희생 속에서 열렸습니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 길에 접어들었을 때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과제로 꼽은 것이 국가보안법이었습니다. 국가보안법이 과거 군사독재 정권에 의해서 민주화운동 세력을 탄압하고, 정권의 안보를 위해 유력하게 사용하였던 탄압의 도구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법의 폐지에는 민주화세력이라면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10여 년의 세월 동안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1세기를 넘어선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국가보안법이 민주사회의 기본적인 자유에 속하는 사상·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대표적인 법률로 남아 있습니다. 아직도 이 법에 의해서 한 해에도 구속과 수배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개인, 개인의 사상과 신념, 양심을 침해하지 않는 곳에서 발전합니다. 개개인의 다양한 생각이 아무런 제한 없이 표현되고, 토론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는 곳에서 민주주의는 꽃필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 국가권력의 의지를 강요하거나, 소수의 의견이므로 표현하지 못하게 하거나, 틀에 맞는 생각만을 발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그 사회는 아직 민주주의 사회가 아닙니다.

그러기에 국가보안법이 있고, 그 법으로 인해 자신의 사상과 양심, 신념을 갖고 있고, 이것을 표현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구속과 수배에 이르는 사람들이 있는 한 우리 사회는 인권사회도 민주주의 사회도 아닙니다. 국가보안법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발전에 중대한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나아가 우리 민족의 통일에도 장애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2. 국가보안법은 유엔 자유권위원회 등의 권고처럼 폐지되어야 하며, 국가보안법의 대체입법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므로 반대합니다.

국가보안법은 일제 시대의 치안유지법을 베껴서 만들었고, 제정과정에서도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어 논란 있었습니다. 이후 군사독재정권은 자신들의 부당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권안보용으로 가장 우선적으로 국가보안법을 이용하였고, 권력의 입맛에 맞게 개정하였습니다. 55년이 되는 국가보안법의 역사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향하는 양심세력에 대해 감시와 고문, 구속, 수배의 온갖 악랄한 탄압의 역사였습니다. 법률의 명칭이나 명분처럼 국가의 안보를 위해 기여한 법률이 아니라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유린하였던 법률임은 이제 언급할 필요도 없습니다.

국가보안법은 원천적으로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배치하고, 사상·양심의 자유를 폭압으로 탄압하며, 표현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합니다. 국가보안법은 국민의 일상적 활동을 억눌러 자기검열을 통한 창조적 에너지 분출을 억제하게 하며, 사상의 자유로운 교환을 근원적으로 부정하여 다원적 가치의 경쟁을 억누릅니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은 한국사회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법입니다.

국가보안법은 세계인권선언과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 제 18조, 19조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법률입니다. 이미 유엔 자유권위원회(국내에서는 보통 유엔 인권이사회로 부름)는 두 차례의 국가보고서 검토 결론으로 이 법의 폐지를 권고한 바 있으며, 유엔 인권위원회도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을 보내 조사를 하였고, 그 결론으로 이 법률의 폐지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국내의 인권단체들과 국제 인권단체들도 이 법률의 폐지를 주장한 지 오래며, 심지어는 우방이라는 미 국무부의 인권보고서에서도 국가보안법의 인권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지적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가보안법의 개폐 논의에서 정부가 확실히 가져야 할 입장에 대해 언급하겠습니다.

먼저, 국가보안법을 무슨 다른 법률로 대체하겠다는 발상을 거두어야 합니다.

김영삼 정권도, 김대중 정권도 국가보안법 개폐 논의가 진행될 때마다 대체입법을 거론하였습니다. 특히 김대중 정부에서는 국가보안법 조항 중 최대의 적용 조항인 제7조(찬양·고무 등)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개정안을 마련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들 대체 입법이나 개정안은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을 전개하던 인권단체나 민주세력에게 비판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것은 '민주질서 수호'든 '테러 방지'든 국가권력이 자의적으로 국민 개인의 사상과 양심, 신념을 재단하고, 자의적으로 법을 적용, 처벌할 수 있는 국가보안법과 대동소이한 문제를 지니고 있으므로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것입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미 "한국의 특수상황이 과대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일반 형법으로도 국가안보를 해치는 행위를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 자유권을 실현하는데 있어 주된 장애물이라고 인정되는 국가보안법을 없애는 노력을 강화하여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보안법 제7조를 우선적으
로 삭제하고, 궁극적으로는 폐지하는 것이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의 원칙과 정신에 맞는다고 입장을 밝혔던 것입니다.
우리 나라는 유엔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의 당사국이고, 유엔 인권위원회 위원국입니다. 이런 국가의 정부가 유엔의 권고를 무시하고, 국제무대에서 인권을 주장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가보안법이 갖는 근본적인 문제는 문제를 낳는 근원을 제거하는 것으로만 해결될 수 있으며, 대체입법이란 개정은 또 다른 문제의 왜곡을 낳을 뿐입니다.

둘째, 국가보안법의 개폐에 반대하는 보수세력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김영삼 정권이나 김대중 정권에서 국가보안법의 개폐 노력이 무산된 것에는 보수 세력의 반발과 공안세력의 저항이 큰 몫을 했지만, 정권 담당자들이 야당 시절의 입장을 바꾸어 애매하게 타협하였던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과거 이들 정권의 대통령이나 법무부 장관들은 보수세력과 공안세력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여 국가보안법의 일부 조항의 개정마저도 이루지 못한 채 현 정권에 과제를 넘겨주었습니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개폐 논의마저 봉쇄하려는 보수세력과 공안세력들은 국가보안법을 통해서 자신들의 이념적인 기반인 냉전 반공 이데올로기의 유지와 지위의 유지를 획책하는 세력들입니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 발전보다도 억압적 질서를 유지하기는데 관심이 높으며, 그를 통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수호하고자 합니다. 국가보안법이 우리 사회에 드리운 정치적 의문사와 고문과 정치탄압, 그리고 많은 이들을 자기검열에 매이게 함으로써 건전한 창의성과 표현의 자유를 억눌러 결국은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아왔다는 점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는 세력들입니다. 따라서, 이들의 반대에 현 정권이 민주정권이라고 한다면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인권은 어느 순간에서도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며, 이 원칙을 무시하는 세력과의 타협은 있을 수 없습니다.

국가보안법의 폐지라는 과제는 극우보수세력과의 타협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정권의 확고한 의지에 의해서만 가능합니다. 즉 정권은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다양한 이견을 절충하는 선에서 입장을 정할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의 관점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한 스스로의 입장을 정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을 권력에 강제하는 법적 원천인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과제입니다. 언제까지 냉전질서를 온존시키려는 보수세력과 공안세력의 반대를 이유로 국민의 기본적 자유권을 침해하는 악법의 존재를 인정해야 합니까?

3. 사상전향제의 변형일 따름인 준법서약제와 사회안전법의 후신인 보안관찰법은 폐지되어야 합니다.

사상·양심의 자유에는 내심의 자유도 포함된다는 것이 법률가들의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준법서약제는 비록 그것이 법률을 준수하겠다고 서약하는 것이라고 해도 내심을 표출할 것을 강요하는 것이므로 사상전향제의 변형된 제도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유엔 자유권위원회도 이 제도의 폐지를 권고하게 된 것입니다. 준법서약제의 폐지를 검토한다는 법무부장관의 입장이 끝까지 관철될 수 있도록 인권단체들은 지지할 것입니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준법서약제의 폐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안관찰법의 폐지도 주장해 왔습니다. 보안관찰법은 국가보안법(제4조, 제5조, 제6조, 제9조)이나 그 외에 일정한 형법, 군형법 상의 일부 죄목에 의해 처벌을 받은 사람들은 법률에서 정한 형이 모두 집행되고 석방되더라도 다시 보안관찰이라는 이름으로 사상, 양심의 자유에 심각한 제한을 받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안관찰제도는 사법부의 판단 없이 법무부장관의 결정만으로, 피처분자에게 양심에 반하는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주거를 이동할 자유를 침해하고 다른 사람과 만나거나 통신할 자유를 침해합니다. 이는 사상범에 대한 항구적 통제를 목적으로 하는 반인권적인 제도인 것이 명백합니다. 따라서, 보안관찰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보안관찰법을 폐지함으로서 우리 사회의 사상·양심의 자유의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켜야 합니다.

4. 매년 수백 명의 구속자와 수배자를 낳는 한총련에 대한 이적규정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1997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하 한총련)이 검찰에 의해 이적단체로 기소되고, 1998년 법원에 의해 이적단체로 판결을 받은 이래로 매년 새롭게 구성되는 한총련 대의원들에 대한 구속과 수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국가보안법 제7조 3항으로 구속되는 이들의 대부분이 한총련 학생들입니다. 2002년 국가보안법 위반 구속자 126명의 71.4%인 90명이 한총련 대의원으로서 이적단체인 한총련을 탈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속되었습니다.

또한, 2003년 4월 초 현재 176명의 학생들이 수배 상태에 있습니다. 수배자들을 수배 연차별로 구분하여 보면 2년 차에 접어든 학생이 87명이고, 3년 차 50명, 4년 차 16명, 5년 차 14명, 6년 차 3명, 심지어 7년 차에 접어든 학생들도 6명이나 됩니다. 이들은 짧게는 1년, 길게는 7년째 학교 '생활방'이라는 좁은 공간에서만 자유를 누릴 뿐입니다. 그들은 항상적인 검거의 위험 때문에 심각한 심리적인 피해를 겪고 있고, 이는 한참 건강해야 할 20대의 대학생들에게 신체적인 질병까지 낳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울러 이들을 검거하기 위한 공안기관의 수사관들은 수시로 수배자 가족들을 위협하고, 감시당하는 통에 수배자만이 아니라 그 가족들마저 인권의 침해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김대중 정권에서 6.15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고, 금강산 해로 관광에 이은 육로관광, 기업간의 무역 활성화, 민간단체간의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이때에 유독 한총련 대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적단체로 규정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역류하는 일입니다. 더욱이 한총련 학생들이 강령을 바꾸고, 비폭력투쟁을 선언하기까지 한 마당에 단지 이적단체로 한 번 규정된 단체의 대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구속과 수배를 당해야 한다는 것은 이치로 보아도 맞지 않습니다.

한총련 대의원들은 각 대학에서 학생들의 민주적인 선거에 의해 선출된 학생회 간부들입니다.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는 것은 한총련에 가입하고 있는 대학의 학생들을 이적단체의 구성원으로 보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실정법인 국가보안법이 이미 반인권적인 악법으로 폐지되어야 마땅한 법률인 마당에 굳이 그 법률의 존재를 이유로, 판례가 변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총련에 대한 이적규정을 철회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전향적인 발전을 위해서 미래 사회의 주역인 대학생들을 더 이상 국가보안법의 굴레에 묶어드는 우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아울러 한총련 수배자들에 대해서 선별 불구속 수사 가능성을 비친 법무부장관의 입장 표명은 형평의 원칙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왕 한총련 수배자들을 풀 것이라면 과감하게 푸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6. 금번 사면 복권에서는 양심수 전원과 수배자 전원에 대한 특별사면·복권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 양심수가 있느냐에 대해서 검찰은 실정법 위반자만이 있을 뿐이라며, 양심수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실정법을 집행하는 검찰의 입장을 모르는 바가 아니나 검찰의 입장은 인권의 문제는 실정법을 넘는 것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만이 아니라 인권이 발전했다는 선진국들에도 양심수가 있습니다. 실정법으로는 처벌의 대상일는지 모르지만, 인권의 관점에서는 자신의 사상과 양심, 신념으로 인해 구속된 이들을 양심수로 규정합니다. 이 신념에는 정치적, 종교적, 문화적 신념 모두를 포함합니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에 의해 구속된 이들이 여기에 포함되며, 종교적 신념에 의해 병역을 거부한 이들도 여기에 당연히 해당합니다. 아울러 국가권력의 정치적 상황과 고려에 의해 구속된 노동운동가, 사회단체 관련자 등도 모두 양심수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것이 국제적인 양심수의 규정입니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 시기부터 이어져오는 각종 악법들에 의해 구속된 양심수들에 대한 사면 복권은 전면적이어야 합니다. 특별사면을 통한 양심수 전원의 석방이 이루어져야 새 정부의 확고한 인권 의지를 천명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복권되지 않은 이들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특별 복권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앞서 지적한 한총련 수배자의 경우와 같이 공안, 시국과 관련된 수배자 전원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수배 해제를 이루어야 합니다.

7.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특별사면·복권과 아울러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어야 합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1차대전 이래 확산되어 가고 있는 추세에 있으며, 유엔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것을 유엔 회원국들에 권고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몇 년 되지 않았고, 사회적인 거부감이 있는 것도 현실이지만, 양심적 병역 거부자도 분명 양심수이므로 이번 사면, 복권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특별사면과 복권 대상에서 항상적으로 배제되어 사회적 차별을 평생 겪으며 살아야 했습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사면·복권의 문제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즉각 시행될 수 있는 조처라 생각되어지며 오랜 세월 전과자로서 고초를 받아왔던 이들의 아픔을 고려하여 즉각적인 사면·복권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아울러 이들이 소수 종교 신봉자라는 이유로 해서 교정 시설에서 이루어지는 가석방 심사 기준상의 차별이 시정되어야 하며, 수감 중에 종교의 자유 또한 보장되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해마다 600여명의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생겨나고 있고 지금도 1400여명의 사람들이 감옥에 갇혀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이들을 방치하거나 애써 모른 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은 정당한 인권으로 인정되어야 마땅하며 병역 거부자들이 사회적으로 차별 받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게끔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이 시급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가 먼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 외에도 국가보안법을 집행하는 거대한 공안부서와 기구들도 축소되어야 합니다.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공안부서들은 불필요하게 비대하여졌습니다. 국가보안법 피의자 검거 시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와 그간 진급에 유리한 평점을 매겨 왔던 것이 국가보안법 피의자 검거에 검찰과 경찰이 혈안이 되게 하고, 자의적인 구속을 남발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었습니다. 경찰의 대공분실이 폐지되어야 하듯이 검찰 내 공안부서가 축소되어야 하며, 더 이상 국가보안법 사범 검거에 검찰력을 과도하게 배치하는 일이 없어야I 합니다. 또한, 냉전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면서 사회과학적 서적이나 비판적인 서적 등을 대부분 이적표현물로 규정하는 일을
하는 민주이념연구소도 서둘러 폐지해야 마땅합니다. 공안기구의 폐지, 축소와 관련해서는 다음 기회에 의견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현 정부가 다시금 국가보안법과 양심수 문제를 인권적 관점에서 처리하지 못함으로서 이전의 정권처럼 국가보안법의 존치와 양심수의 양산이라는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과거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국가보안법과 양심수에 대한 입장을 기억합니다. 인권의 이념과 원칙에 따라 평소의 신념대로 국가보안법의 폐지와 양심수의 전원 석방을 위해 결단을 내릴 것을 믿습니다.

2003년 4월 11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다산인권센터,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회진보연대, 새사회연대, 성동건강복지센터, 수원외국인노동자쉼터, 울산인권운동연대,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전태일기념사업회, 천주교인권위원회, 평화인권연대, 한국동성애자연합(총 18개 인권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