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검찰, '자백 위주 수사'만 고집할 텐가?
피의자 고문치사 사건에 대해 검찰이 언론에 흘린 '대책'이 가관이다. 피의자의 인권보장 보다는 강압수사에 익숙해진 수사관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수사권 강화 방안'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밤샘조사, 구타·협박뿐만 아니라 '물고문'까지 일상적으로 자행됐다는 전직 강력부 수사관계자의 고백과 더불어 국민들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먼저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시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은, 피의자 인권보장을 위해 진작 취했어야 할 당연한 조치로, 부산을 떨며 '대책'이라고 떠벌릴 필요까지 없어 보인다. 문제는 피의자 인권보호 대책이 마련될 경우 수사권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내놓은 '참고인 강제구인제' 도입, 허위진술 처벌 위한 '사법방해죄' 신설, 조직범죄 피의자에 대한 구속기간 대폭 연장 등의 방안이다.
누차 지적했듯이, 검찰의 고문행위는 피의자들의 자백을 위주로 진행되는 수사관행 때문에 발생한다. 검찰이 신문조서 작성시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고, 법원이 피의자의 자백을 증거로 채택할 때 보다 엄격해야 한다는 주장은 모두 자백 위주의 수사관행을 뜯어고치기 위한 방책인 것이다. 하지만 참고인 강제구인제, 사법방해죄, 구속기간 연장 등에선 자백 위주의 수사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고민의 흔적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검찰은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을 강제로 불러 조사를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는 수사의 편의 때문에 국민 모두의 '신체의 자유'를 검찰에 저당 잡히란 이야기다. 참고인 조사는 법원에서 증인출석만으로도 충분하다. 사법방해죄란 것도 피의자의 자백을 보다 효율적으로 받아내겠다는 발상이다. 피의자의 진술이 허위인지 아닌지는 다양한 증거확보를 통해 판단해야 할 검찰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구속기간 연장도 그렇다. 피의자를 구속하기 전에 충분한 물증을 확보했다면, 그것이 조직범죄든 아니든, 구속기간을 연장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아직 공식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대책'에서 보이는 검찰의 인권의식은 저열하기 그지없다. 피의자 인권보호 대책이 수사권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말을 뒤바꾸면, 지금까지의 수사가 피의자의 인권유린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는 뜻이 아닌가? '대책'은 고문 수사관들의 숨구멍을 틔어주는, 검토조차 필요없는 방안이다. 이제라도 자백 위주의 수사를 대체할 수 있는 '과학적 수사기법' 개발을 위해 온갖 노력을 경주하라.
2002.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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