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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부치지 못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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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는 ‘부치지 못한 편지’를 아그대다그대 이야기합니다.

녹우

동생의 중고등학교 시절에 대해 잘 모른다.
죽 무심하다가 녀석이 중학교 3학년쯤 되었을 때
서울로 올라와 버렸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같이 살게 되면서야 그 시절 일을 드문드문 듣는다.
삥 뜯어 용돈으로 쓴 일,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상환이처럼
비열한 거리의 병두처럼 조직 똘마니로 일했던 일 등.
어느 날 동생이 물었다.
누나,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 알아?
관심받고 싶어서.
서른두 살짜리 입에서 튀어나온 "관심"이란 말에 오래 울었다.
뒤늦게 동생에게 쓴다. 미안하다, 너를 혼자 둔 거.

안네의 일기를 본따 J라는 가상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방식으로
중학교 시절 잠깐 일기를 썼었다.
그 때 J에게 내가 했던 수많은 다짐들,
약속들은 십여년의 시간이 흘러가면서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젠 잘 기억도 나지 않는 그 때의 내 맘들을 잘 담아두지 못한 것,
그리고 J를 잊은 것 그렇게도 오늘,
지금, 여기서 잘 살고 있음이 좀 미안해진다.

바람소리

구치소에 들어가거나 감옥에 간 친구에게,
멀리 외국으로 간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야지 보내야지 하다가
1년에 한번 보낼때가 많다.
심지어는 한통도 못 보낼때도 있다.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지
그동안에 제가 편지 보내지는 못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언제나 편지를 쓰고 있었다는거, 아시죠?
바람에 실린 내마음의 편지 받으셨지요?
날이 따뜻해졌는데 괜찮냐고 물었던거?
구름이 몰려와서 비가올까 걱정하는 마음의 소리, 비를 통해, 하늘을 통해 받으셨지요?
못받으셨다면 지금 전해드립니다.
계절의 흐름을 느끼며 당신을 떠올리는것을....

미류

당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갑자기 덮친 지진해일로 가족이나 친구를 잃고 마음이 아프시겠죠?
당신의 가족이나 친구가 어디에서 어떻게 파도에 휩쓸렸는지 알 수 없지만
부디 그이가 마지막 순간 공포 속에서도 당신을 떠올리며
흐뭇한 마음 한 조각을 지니고 세상을 떠났기를 바랍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평온한 하루가 되기를 바래요.

세주

저는 이번에 열릴 재보선이 열리는 지역에 출마한 정치인과
유권자 여러분께 편지 띄우고 싶네요~
후보자분들!!
정신좀 차리고, 빈공약 내세우지 말고 사람사는세상 만드는데 힘좀 써봅시다~~~~~~!!
이렇게...그리고 유권자 여러분~!!
정신 바짝 차려서 한표를 행사해주세요~~!!!!!

승은

얼마 전까지 동생 아기랑 같이 살았다.
20개월이 지난 조카는 말을 하고 싶어서이인지 소리를 자주 지른다.
말은 나오지 않고 그 말을 소리로 표현하는 것.
가끔 나도 조카처럼 말을 하고 싶은데
소리로 나오지 않은 경우가 부치지 못한 편지처럼 나의 뇌리에 가득 고일 때가 있다.
그 표현들은 다행이 글이나 말로 정리가 되면 보낼 수 있을텐데....
지금 나는 표현해야할 그 무엇이 있다.

일숙

부치지 못한 편지가 좀 있죠.
일부는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도 안나고,
일부는 북북 찢어서 폐휴지 봉투에 버리기도 했어요.
아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남겨 놓은 것도 있는데
그냥 갖고 있을 겁니다.
나이 더 들어서 내가 계속 읽을겁니다. 재미있잖아요.
아.. 조카 둘에게 보내려고 했던 편지는..
다시 보니 글자를 너무 못써서 2년가 묵혔네요.
그새 조카들일 커서 나보고 글씨가 문제가 아니라
왜 이년전 편지를 이제 보내야고 혼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