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유권팀 자원 활동을 하고 있는 김예니입니다.
작년에 갑자기 법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공대를 다녔고 IT회사에 근무하던 제게는 실로 큰 전환이었죠. 다함께 잘사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한발 한발 걷다 생각해보니 결론이 그렇게 나더라고요. 그러다 '정의의 법 양심의 법 인권의 법' 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어요. 그 책에 실린 서준식 선생님의 '나는 처분 대상이 아닌 인간이다. 사회 안전법을 폐지하라'는 글을 읽고, 법이 다루고 있는 것이 '인간'임을, 다시 한 번 깊이 느끼게 되었고, 선생님이 인권운동 사랑방 설립 및 활동 하신 것을 보게 되어 사랑방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가지신 어떤 감수성에 감탄했거든요. 인간과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그리고 제가 원하는 세상을 만드는 바탕은 인권 존중에 있다고 생각했고, 생각에 따라 움직이고자 사랑방 자원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시작하면서 사랑방에 조그만 보탬이라도 되는 활동가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었지요. 제가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분야는, 사랑방 활동가들의 '보조'였습니다. 이 분야에 '올인' 하고 계신 분들이 열심히 일하시는 데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어 드려야겠다! 라고 마음먹었거든요.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사람들이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 하는 일이니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하고 생각 했어요. 그리고 제가 세운 활동 목표를 실행하는데 시작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랑방 김장 날이 다가왔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11월의 마지막 날, 야심차게 준비한 김장용 앞치마를 들고 사랑방으로 향하던 중에 꽈당! 불의의 사고로 배추는 만져보지도 못하고 불구의 몸(?)이 되고 말았습니다. 길바닥에 나뒹굴었거든요. 덕분에 김장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바쁘신 은아쌤의 수발을 받으며 응급실에 가야만 했어요. 네, 심지어 김장 인력 유출까지 했네요. 김장하신 분들께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은아 쌤께는 무한한 감사를 드려요!
그 이후로 만나게 된 사랑방 사람들의 모습은 언제나 열정적으로 이런 저런 일들을 해나가는 모습이었어요. 어떻게 이런 척박한 상황에서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가질 수 있을까. 사실 처음부터 그게 참 궁금했어요.
결국 김장 후기로 자원 활동가의 편지를 대신하려던 저의 계획이 물거품이 된 점이 정말 아쉽네요.
사랑방 자원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인권 연구소 '창'에서 표현의 자유권 연속 워크샵에 참석하게 되었어요. 공부도 하고 여러 활동가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법대 교수님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빠지지 않고 들었어요. 많은 좋은 이야기들이 오갔는데, 거기서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것은 '관계 맺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제도도 법도, 그것을 수행하는 당국의 태도도 중요하지만 근저에서 결국 해결되어야만 하는 것은 인간 사이의 관계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우리가 다루는 모든 인권에 대한 문제는 관계 맺기로 치환 될 수 있고, 결국 그것으로 귀결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참석하신 많은 활동가들의 축적된 경험과 '인권 감수성'에도 감탄을 하게 되었어요. 특히 CCTV와 관련된 내용을 들을 때, 그것이 감시의 도구인가, 아니다 안전을 위해 필요한 도구이다가 팽팽히 맞서는 문제라서 정말 어려운 문제구나 이것을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할까?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 어떻게 결정 내리기가 어려운 문제잖아요, 정말 다양한 경우들이 존재하니까요. 그 때 어떤 활동가께서 하신 '관계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제가 또 다시 제도와 그것이 다루고 있는 표면의 문제들에만 주목하여 기본을 망각하고 있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어요. 결국엔 인간관계의 문제라는 거죠. 인간관계가 정상적으로 회복이 되고, 서로 신뢰 할 수 있는 관계가 형성이 되면 해결 될 문제잖아요. 물론 이상적이고 거의 불가능해 보이기도 하지만요. 하지만 근본적인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너무 순진하게 생각한 것일까요?
아무튼 30일의 사고로 인해 사랑방 김장에 보탬이 되지 못하여 정말 아쉽네요. 앞으로는 좀 더 쓸모 있는 사랑방 자원 활동가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어떤 일이든지 불러 주세요! 아니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그럼 사랑방 활동가 여러분 모두 행복하시고요. 평안하시길 바랄게요.
그리고 앞으로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와 사랑방.
고맙습니다!
김예니 올림
활동가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