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에서 자원 활동을 시작한지 딱 5개월째입니다. 말이 자원 활동이지 솔직히 무얼 해야 하는지 아직도 감이 안 잡힐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랑방 식구들에게 평소에 미안한 게 많았습니다. 어리버리한 게 도움도 안 되는 거 같구...... 거기다 제가 다닌 5개월은 정말 힘든 시국이었습니다. 인권과는 거리가 먼 대통령 덕분에 사랑방 식구들은 잦은 밤샘은 물론이고 경찰이 해주는 따뜻한 밥을 몇 번이나 먹게 되었습니다. 그런 걸 옆에서 지켜본 적응 못한 자원 활동가로서는 안타까운 마음만 들뿐이었습니다. 그러다 운 좋게 이번 사랑방 MT를 준비하는 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저한테는 처음으로 사랑방 식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같은 일이었다고 할까요.
이번 MT는 그동안 있었던 사랑방 수련회랑은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보통 사랑방에서 수련회를 가면 토론이나 회의 안건을 준비해가거나 그랬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철저하게 휴식에 초점이 맞춰 있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일만 몇 가지 얘기 하자면 우선 유명산 계곡에서의 물놀이가 있었는데요. 8월 말이라 계곡물이 얼음장같이 차가웠고 별다른 물놀이 기구(?)가 없었음에도 단지 물의 흐름에 따라 둥둥 떠다니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즐거워들 하셨어요. 솔직히 저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말입니다. 저녁에는 가치관경매라는 게임을 했었는데요. 1인당 1억씩 가상으로 나눠주고 자신이 원하는 가치관을 낙찰 받는 게임이었어요. ‘비정규직 철폐’ 등을 낙찰 받은 미숙씨나 치밀한 계산 끝에 효율적으로 돈을 배분해 경매에 참가하는(?) 유성씨가 돋보였던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싶어요. 먼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신 ‘들’ 관계자 분들에 따르면 경매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낙찰받기 원하는 가치관들이 자신이 진정 원해서 현재도 추구하고 있는 가치관 이거나 아니면 오히려 자신의 처지와 정반대의 가치관을 낙찰 받으려 한다고 하셨는데................. ‘빼어난 미모’를 1억에 낙찰 받은 이는 무슨 생각에서 그랬을까요?(사실 저입니다. -_-)
MT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프로그램을 짜는 일이었습니다. 까딱 잘못했다간 반인권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어 가장 긴장됐던 것 같습니다. 또 혹시나 재미가 없어 사람들이 지루해 할까봐 걱정됐습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돋움활동가 성진씨 말대로 사소한 거라도 사랑방식구들은 재밌게 즐길 줄 아는 멋쟁이들이었던 것입니다! 정말 작은 것에도 함께 웃으며 이런 사람들과 같이 있는 내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살짝 MT 뒷담화를 하자면 제가 MT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상하게도 차량 운전을 하신 분들에 대한 기억입니다. 한 분은 운전으로 뒷좌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춤추게 할 수 있는 능력자이시고, 다른 한 분은 가평 노문리에 스키드마크를 자랑스럽게 내시고 논두렁에 빠진 분이고, 마지막 한 분은 인간 네비게이션을 자처하시다가 30분 이상 길을 잃은 분입니다. 다음에는 웬만하면 이분들이 운전하는 차엔 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혹시 모르니 참고해 두세요.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은 가평에서 1박 2일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다른 사랑방 식구들도 저처럼 그랬을까요? 다들 몇 개월 동안 일에 지쳐 명박이에 지쳐 힘드셨을 텐데 잠시라도 편안함과 즐거움을 찾으셨더라면 좋겠습니다. 이 편지는 진지하게 써야하는데 자꾸 웃기고 싶어집니다. 글을 마무리할 때가 왔나 봅니다. 저에게 글을 맡긴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모두들 행복하시고 사랑하세요!
-8월 마지막 날 서울에서 북극곰이.
활동가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