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4월부터 12년 넘게 인권운동사랑방을 후원해주시는 전대진 님과 전화인터뷰를 해보았어요. 전대진 님은 인권하루소식이 만들어질 때 함께 일했던 분이에요. 부드러운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던, 사랑방의 예전과 지금을 꾸준히 옆에서 지켜보고 계신 전대진 님의 얘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어떻게 사랑방을 알게 되셨나요?
잠깐이지만 사랑방에서 일한 적이 있어요. 93년도에 가톨릭 노동사무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었는데, 그해에 UN 비엔나 세계인권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죠. 그 때 공동대책위를 인권운동단체들이 모여 만들었는데, 거기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것이 인연이 되어 3개월 정도 사랑방에서 일을 했지요. 그러다가 군입대를 했었어요.
◇ 기억에 남는 사랑방 활동이 있다면?
그 때 전 인권하루소식을 만드는 일을 했었어요. 인권하루소식을 만들기로 하고 창간호를 준비하면서 편집장 형하고 서준식 선생님하고 같이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할 것인지 기획 논의를 일주일 동안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드디어 창간호가 나왔을 때 정말 뿌듯했죠. 일손이 부족해서 거의 매일 밤을 새며 하루소식을 만들었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늘 지면이 모자를 정도로 전해야 할 것이 많았었죠. 그렇게 만들어진 하루소식이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여를 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리고 이거 비밀인데, 하루소식의 창간사를 제가 썼었거든요. 허허. 세월이 지났으니 밝혀도 되려나. ^^
◇ 사랑방을 후원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95년에 군대 제대하고 96년에 일을 시작하면서 후원을 하게 되었어요. 몸으로 직접 도와줄 수 없었기에 안타까웠는데, 후원으로 함께 하면 마음이 좀 편해질 것 같아서 시작했어요. 결혼하고 나서는 아내와 같이 후원을 하고 있어요. 제 아내도 사랑방과 인연이 있어요. 아내는 초등학교 교사인데, 95년도에 아동인권 자료 모으는 것을 도왔어요. 활동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럽고 봉사라고 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네요. ^^
◇ <인권오름>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인권하루소식에서 인권오름으로 바뀌면서 주간으로 나가는 것이 아쉽기도 해요. 그렇지만 그만큼 한국의 인권상황이 나아진 것이라고도 생각되네요. 이는 어떻게 보면 인권소식 매체를 창간했던 목적이 달성된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지금 인권오름을 자주 보고 있지는 못해서 쑥스럽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인권오름에서 앞으로 더 새로운 시각이 담긴 새로운 기사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요즘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정보가 쏟아지잖아요. 세계 상황도 그렇고, 한국 정치 지형도 급변하는데 이를 전달하는 매체들은 천편일률적이고 상투적인 기사가 많은 것 같아요. 그렇기에 인권오름은 신선한 내용의 신선한 기사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자면, 세계로 시야를 넓혀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발생되는 인권문제를 알리거나, 그런 것에 대응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면 좋겠어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고 이런 것들이 모이면 국제적 연대의 초석을 닦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아가서는 이런 노력이 인권의 지형을 넓히는 것이라고 봅니다.
◇ <사람사랑>은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잘 읽어보고 있어요. 최근에 신선한 시도를 하는 것 같아 좋아요. 특히 ‘활동가의 편지’와 ‘아그대다그대’를 제일 재미있게 봅니다. 다른 내용들은 인터넷 등 다른 통로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는 내용인데, ‘활동가의 편지’나 ‘아그대다그대’ 꼭지를 통해 활동가들이 “이런 생각,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알 수 있어서 좋아요. 그렇게 만나는 것 그 자체가 사랑방인 것 같아서 재미도 있구요. 활동 보고란은 슬쩍 보고 넘어갑니다. 허허^^
◇ 사랑방의 장점과 단점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단점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장점은 사랑방 존재 자체가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대한민국 인권의 횃불이자 등대라고나 할까. ^^
◇ 그 밖에 얘기하고 싶으신 거나, 사랑방에 하고 싶은 한 말씀이 있다면?
제가 96년에 취업을 하면서 10년 뒤에는 사랑방, 아니면 사랑방 같은 곳에서 다시 일을 하겠다고 스스로와도 약속하고 아내에게도 밝혔었어요. 하지만 10년이 지나면서 시대도 달라지고, 생각도 조금씩 달라진 것 같아요. 지금 당장은 못하지만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다시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5년 후에는 그렇게 하려고 생각 중인데, 그렇게 돌아갔을 때 단지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놓는 것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많이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전화상으로 생각의 모든 것을 말하기는 곤란한 것 같아요. 한 마디만 더 하자면, 송년회 일정을 미리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얼굴 보고 인사를 나누며 술한잔 같이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