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광열 부장판사)는 9일 86년 김상원(당시 30세)씨를 폭행, 숨지게 하고 이를 은폐하려한 이병호(전 영등포경찰서 중앙파출소 경장)씨에게 징역3년, 집행유예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목격자와 병원의 진술을 통해 파출소에 들어올 때 멀쩡하던 김씨가 병원으로 실려갈 때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자동차 시트로 감싸야 할 정도였던 것이 확인되었다. 이점으로 모아 파출소 안에서 김씨에게 심한 폭행이 가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이씨의 폭행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황을 볼 때 이씨의 실형 선고가 당연하나 이 재판은 피고인의 유․무죄를 가리고자 하는 것이지 벌을 주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며 관대한 입장을 취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씨는 재판이 진행된 9년 동안의 스트레스로 인해 위암수술을 받았으며, 자신이 일해온 경찰서에서도 직위해제를 당하는 등 그가 겪은 고통을 참작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9년간 법정투쟁을 벌여온 김씨의 동생 김상모(40)씨는 “재판부는 피고인의 고통만 생각했지 피의자 가족들이 그동안 받은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무시했다. 피고인은 가족들이 유가협 등의 재야단체와 짜고 사건을 부풀렸다는 등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김상원 씨는 86년 3월 불심검문 거부로 영등포경찰서 중앙파출소로 연행, 경찰의 폭행으로 이빨 6대가 부러지는 등 뇌막염의 중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경찰은 그를 행려병환자로 위장하여 영등포시립병원에 입원시킨 뒤 근무일지 등을 조작하여 은폐시키려 하였다. 그뒤 식물인간이 된 김씨를 가족들이 44일만에 발견했으나 김씨는 5월29일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