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대책위원장·고 김시자 씨 유가족 등 연행
지난 12일 분신·사망한 [전력노조 고 김시자 동지 분신대책위원회](분신대책위) 김채로(고리원자력발전소)위원장 등 간부 6명은 19일 새벽 6시10분 한국전력 본부노조 위원장 최태일씨 감금·폭력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이날 영안실에는 전경 3백명이 들어와 구속영장도 제시하지 않은 채 김씨 등을 연행했다. 또 영안실에 조문을 온 조문객과 한전노조 조합원, 유가족등 79명을 연행, 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채로 씨등의 구체적인 혐의는 지난 13일 김시자 씨의 영안실을 찾은 최씨에게 전치4주의 폭행을 입히고 감금시킨 뒤 강제로 사퇴서를 작성토록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책위는 "당시 최씨를 보고 격분한 조합원들이 최씨를 때린 일은 있으나 김채로위원장등은 이들은 말리거나 다른 장소에 있었다"며 대책위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분개했다. 한일병원 배경민(간호사)씨는 "다친 최씨를 곧바로 한일병원 응급실로 옮겨 치료를 받게 했는데 상처가 크지 않아 간단한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며 "최씨의 상처가 전치 4주가 나올 정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현재 최씨는 행방을 감춘 채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편 분신대책위는 19일 낮 11시30분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한전 노조 조합원과 대책위 소속 단체 회원 등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 김시자 열사 추모 및 한국전력 민주노조 쟁취 결의대회'를 가졌다. 김시자 씨 분신 1주일을 맞아 열린 이날 집회에서 이들은 △최태일 본부노조위원장의 즉각 사퇴 △부당징계 철회 △노조 전임자 축소철회 △구속자 석방 등을 요구했다.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김말룡 민주당 국회의원과 박석운 노동정책연구소 소장, 박태주 공노대 공동대표, 김영배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 분신대책위 대표와 한국전력 이종훈 사장등과 사태해결에 대한 협상을 가졌다. 협상에서 양측은 한일병원장과 본부장, 분신대책위가 참여하는 협의기구 구성에 합의하고 20일 오전 10시 한일병원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이것은 지금까지 최태일 위원장을 주축으로 하는 범중앙수습위와의 대화를 주장하며 분신대책위를 "과격한 세력"으로 몰아오던 한국전력측이 분신대책위를 공식적으로 인정, 사실상 최태일 위원장의 사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분신대책위는 오는 21일 오후2시 한일병원 영안실 앞에서 전국 한전 노조 조합원이 참가하는 대규모 추모집회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