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재개발지구 주민, 주거권 보장요구
재개발 시행자 선정의 부당성에 항의하고 주거권과 재산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난 3일부터 신림동 328번지 내 신림2-1 재개발지구 주민들이 대한주택공사 본사 내에서 단식 및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주민들의 자율적 의사에 의해 추진되어야 하는 재개발 시행권이 불법한 절차에 의해 주택공사로 넘어간 것을 지적하고 있다. 92년 5월2일 주민 총회에서 시공자 선정에 대한 투표가 가부동수를 이뤘으나, 당시 주민대표를 맡고 있던 이윤성씨가 자의적으로 주택공사에 시행권을 넘겼고, 이에 주민들은 94년 3월6일 법원의 허가를 얻어 재차총회를 열고 구 집행부를 해임시켰다. 따라서 주택공사에 시행권이 넘어간 것이 주민들의 의사에 따른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94년 5월27일 주택공사를 시행자로 선정고시해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이후 주택공사는 339번지 일대에 9백여세대가 들어설 수 있는 가이주단지를 설치했으며, 지금까지 주민 2천세대 가운데 1천9백세대가 이주해 생활하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1백세대 주민들은 현실적으로 시행자 선정을 철회시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차선책으로 자신들의 소유지 1천7백여평에 한해서는 스스로 운영할 수 있게 해달라며 지구분할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대표 이정화(33)씨는 “재개발지구 2만7천여평의 땅 중 9천평은 주택공사가 서울시에 체납하게 되어 있다. 우리는 이 땅을 주민에게 돌려달라는 것이며, 이는 결코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주민을 위한 공원이나 경로당과 같은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며 “주택공사측이 이를 들어주지 않고 철거를 감행한다면 우리는 땅 속에 묻힐 각오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또한, “현재 평당 2-3백만원으로 소유지를 팔게 될 경우,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주민은 5%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재개발 시행은 주민의 의사에 따라 추진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주택공사 심소웅본부장은 “현재로선 설계도 마무리되어 있는 상황이고, 도시계획의 차원에서도 주민들의 지구분할 요청을 들어 줄 수는 없다”고 밝혀 일정기간 후엔 강제철거에 들어갈 뜻을 비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