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법연 소속 법학자 이상영(충북대 법학)교수는 지난해 11월 국보법 제7조 제1항과 제5항 등의 위반 혐의로 구속된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단의 변호사단을 통해 범민련 강령과 규약이 국보법 위반 여부에 관한 의견서를 지난 4월24일 광주지법에 제출했다. 그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편집자주>
1. 범민련의 강령과 규약은 헌법상의 평화통일 원칙과 부합되며, 연방국가 통일방안은 국민주권의 원칙에 부합하는 통일방안을 찾기 위한 하나의 노력에 불과하다.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에서는 북한의 대남한전략을 교과서적으로 서술하고 이를 90년의 범민족대회추진본부와 당해 사건의 범민련의 강령 및 규약과 단선적으로 관련 지워 기재하고 있을 뿐, 그 강령과 규약의 헌법적 또는 법률적 적부판단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 범민련과 그 참가자 활동의 국보법 위반행위의 구성요건 해당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서 그 양자의 관련성은 매우 중요한데도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공소장에서는 나타나 있지 않다.
여기서는 공소장에서 판단하지 않고 지나친 부분, 즉 과연 범민련의 강령과 규약이 현행 헌법 하에서 어떠한 내포와 외연을 갖는 것인지를 밝히고자 한다.
(1) 강령의 전문과 1은 “온 겨레의 슬기와 힘을 모아 민족의 분단을 극복하고 90년대에 기필코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목적으로 “7.4공동성명서에서 천명된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조국통일 3대 원칙”을 확인하고 있다. 이는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와 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라는 현행 헌법 전문에 완전히 부합되는 것이다.
(2) (3) 중략
(4) 강령 3과 4는 평화통일을 위한 남한과 북한의 물리력 경쟁과 대결구도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협력의 방안이고, 강령 5와 6은 50여년의 분단으로 인한 단절을 극복하고자 하는 방안이라고 보인다. 이는 우리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이미 그 헌법적합성이 확인된 바 있다.
결국 범민련의 강령과 규약, 결성선언문은 평화통일에 관한 현행 헌법 전문과 제4조의 규정,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그 헌법적합성이 명백히 인정되는 것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2. 결국 검찰의 공소논리는 규약이나 강령에 대한 실질적 평가없이 과거의 자의적인 법운용실태를 또다시 재연하고 있는 것으로 단호히 거부되어야 할 것이다.
(1)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범민련의 강령과 규약 및 결성선언문이 엄연히 우리 헌법에 부합하는 것임에도 검찰은 범민련의 강령과 규약이 국보법에 위반된다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여 이 사건 공소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공소논리를 맹목적으로 전개한다면, 범민련의 강령과 규약의 각 조문들의 내용이 어떤 것이 되든 상관없이 이미 그것을 공동으로 읽거나 채택한 행위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에 위반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2) 이처럼 잘못된 국보법 운용 실태가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것은 헌법재판소가 구 국보법(91년 5.31 개정 전 법) 제7조의 위헌심판에서 동 조항 자체의 양심의 자유 침해 가능성, 편의적.자의적 법운용 허용의 문제, 헌법의 평화통일 원칙 위배 등 법치주의와 죄형법정주의 위반의 소지를 근거로 엄격한 해석을 전제로 하는 한정합헌결정을 선고한 것(90. 4. 2 선고, 89헌가113 결정)이나, 이에 따라 91년 5월 31일 개정된 법률의 제7조 제1항에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행위의 구성요건을 부가한 것이 가지는 헌법적 의미를 몰이해한 소치라고 생각된다.
(3) 오히려 조금이라도 국보법의 존재의의가 있다면, 국보법의 운용은 보다 헌법에 적합하게, 그리고 보다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 평등의 기본원칙”(헌법재판소 결정요지 제5문)을 우리 현실에 구현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나 위 개정법률을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4) 이렇게 볼 때 이번 범민련 국보법 위반 여부의 문제에서 검찰의 공소논리와 법운용은 현행 헌법과 개정 국보법의 취지에 반하는 구태의연한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3. 헌법의 영토조항이나 북한의 반국가단체 여부에 관한 여러 논의들에 비추어 보더라도 검찰의 공소논리는 인용될 수 없으며 국가보안법의 적용은 더욱더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1) (2) 중략
(3)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는 대한민국”이라거나 “휴전선 이북지역은 인민공화국이 불법으로 점령한 미수복지역”이라는 대한민국의 영역에 대한 종래의 해석논리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바로 이들 논리에 기초하여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것 역시 이제 공개적으로 그 타당성을 검증 받아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입장은 이미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도 비록 소수의견에서이긴 하지만 명확히 개진된 바 있다. 앞의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소수의견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의 평화통일 조항과 상충된다고 하면서, “남북한의 주민이 서로 상대방의 실정을 정확히 알고서 형성된 여론의 바탕에서 통일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4) 물론 아직도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북한이 여전히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양립하기 어려운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견해의 타당 여부를 쉽게 논단할 수는 없다. “북한은 반국가단체”라는 명제를 근본적인 존립기반으로 삼고 있는 국보법의 적용은, 그 명제 자체의 타당 여부에 대한 논의가 공식화된 이상 매우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말해 준다. 이와 같은 점에 비추어 보면 실질적 평가없이 사용된 문언의 외형에 의존하여 국보법을 자의적으로 적용하려는 검찰의 공소논리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는 것으로 당연히 거부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 638호
- 1996-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