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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내 고문 실상, 국제사회에서 논의

11월 13일 제네바 유엔고문방지위원회

문민정부 출범 이후에도 그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고문의 실상이 최초로 국제 사회에서 공개적으로 논의된다.

다음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고문방지위원회는 95년 12월 우리 정부가 제출한 ‘고문 관련 최초보고서’를 심의할 예정이다. 또한 10개 국내 인권단체들의 협의체인 한국인권단체협의회(인권협, 상임대표 김승훈 신부)가 작성한 ‘반박보고서’도 제출될 예정이어서 이에 대한 고문방지위원회의 판단이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 95년 고문방지조약 가입

이번에 열리는 유엔고문방지위원회는 ‘고문 기타 잔혹한, 비인도적 또는 굴욕적 처우나 형벌금지협약’(고문방지조약)에 따른 것이다. 고문방지조약은 ‘어느 누구도 고문 또는 잔혹한, 비인도적 또는 굴욕적 처우나 형벌을 받아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한 세계인권선언 제5조의 정신에 기초하여 84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되었으며, 전 세계 93개국이 가입해 있다. 한국정부는 95년 1월 정식으로 가입했으며, 그해 2월 8일부터 조약이 정식 발효되었고, 가입국으로서의 의무에 따라 12월 최초보고서를 작성․제출했다. 그러나, 인권협은 “정부보고서가 구체적인 고문 실상은 덮어 두고 일반 법조항만을 서술하고 있다”며, 지난 4월부터 정부보고서에 대한 반박보고서를 준비했으며, 제네바에 대표단을 파견해 이를 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고문, 제도적으로 방치

인권협이 ‘반박보고서’를 통해 지적할 부분은 크게 세 가지 점으로 요약된다. 첫째,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고문을 제도적으로 방치하는 악법이 남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95년 11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안기부에 의해 연행된 박충렬(당시 전국연합 사무차장) 씨는 수사과정에서 잠안재우기, 구타 등의 고문을 당하며 허위자백을 강요받았으나, 결국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무죄로 석방된 바 있다.

제네바에 대한변협 대표로 참석하게 되는 차지훈 변호사는 “안보논리에 의해 기본적 인권이 유보․무시되고 있다”며 “정부는 고문을 사실상 교사․방조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등 법․제도적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문범죄자 처벌 중요

둘째, 고문 범죄자에 대한 처벌의 문제가 지적받고 있다. 차 변호사는 “수사관들에 대한 교육이나 지시보다도 실질적이고 엄격한 처벌이 따라야만 고문 범죄가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끝으로 ‘반박보고서’는 과거 군사정권에 의한 고문의 진상을 밝히고, 그 피해자들에 대한 치료와 보상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 등을 주요하게 지적하고 있다.

고문방지위원회는 11월 11일부터 열흘간의 일정으로 열리며, 13일 하룻동안 한국정부가 제출한 고문보고서와 민간의 반박보고서 등을 토대로 위원회의 심의가 진행된다. 이 밖에 국제앰네스티, 휴먼라잇츠워치, 에스오에스토쳐 등 해외 인권단체들의 한국보고서 등도 위원회의 심의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