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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겉으론 대화, 현장은 탄압

민주노총 구속 8명외 고소·고발 416명

한달 가까이 전국을 휩쓸고 있는 분노의 물결을 잠재울 묘안이라도 되는 듯 김영삼 대통령은 21일 가진 영수회담에서 노동법·안기부법 등 모든 정치현안에 대해 국회차원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하겠으며 파업주동자들에 대한 영장집행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갑작스레 정부가 대화의 제스처를 취하고 나섰지만 그 이면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장에 대한 탄압은 너무나도 극심하다. 따라서 현시국을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태도에 회의적인 시선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총파업 26일째인 20일 현재 고소·고발 조치를 당한 노동자는 8개 산별연맹 57개 노조간부로 4백24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김임식(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김병수(한라중공업 노조위원장)씨 등 8명이 구속되었다.

또 권영길 위원장 등 중앙지도부 8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있는 외에도, 기아자동차, 현대미포조선등 핵심 파업사업장의 대표와 간부들이 수배·구속상태에 있다. 현장 노조 간부들은 업무방해,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되어 경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상태이며, 검찰은 이들에 대해 언제든지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파업지도부에 대한 영장집행 유예에 앞서 구속자 석방과 고소·고발 취하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집회 탄압, 부상·구속 속출

연일 전국적으로 대규모 집회가 벌어진 가운데 정부는 합법적인 집회를 최루탄난사, 경찰봉구타 등 폭력적으로 탄압했다. 이 과정에서 3백여 명이 연행되었고, 이중 1명 구속, 4명 구속영장 청구, 40여명 불구속 입건, 1백50여명이 즉심에 회부됐다.

또 경찰의 폭력적 집회 해산으로 인해 전국에서 총 3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 중 21명이 머리 부상을 입었는데, 울산 현대자동차 조용형 씨는 머리를 무려 56바늘이나 꿰매는 중상을 입었다. 특히 지난 10일 '민주주의와 국민생존권 수호를 위한 울산 노동자 시민한마당' 집회를 마치고 행진하는 대오를 경찰이 저지하는 데 대해 항의하던 울산 현대자동차 조합원 정재성 씨가 분신해 30% 정도의 3도 화상을 입고 현재 강남성심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3개사 38억 손배소송

서울대병원·대흥기계 등 13개 사업장에서는 파업행위에 대해 결근처리 또는 무노동무임금처리를 하겠다고 나섰다. 또한 덕부진흥·아남산업·효성중공업 등 3개 사업장에서 노조측에 총 38억원의 손배소송을 하고 나섰으며, 금강개발은 63억 손배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노조에 통보해 놓은 상황이다.

이밖에도 삼풍직물에서는 회사측이 용역깡패를 동원해 한동규 위원장등 13명의 조합원이 부상을 당하는 등 기업주들은 노조탈퇴 압력, 폭행, 불법대체근무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파업파괴에 눈을 붉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