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과 반공법 위반죄로 11년 동안 수감되었다가 95년 형집행정지로 출감한 재일동포 이성우(72)씨는 가족들이 사는 일본 땅을 밟을 수 없는 처지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일 일본으로 출국하기 위해 공항에 나갔던 이성우 씨는 출입국관리소 직원에게서 신의 출국금지기간이 재차 연장된 사실을 확인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 씨는 자신에 대한 출국금지기간이 2월 1일부로 해제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법무부는 그 기간을 6개월 더 연장해 놓은 상황이었고, 앞으로도 매 6개월마다 출국금지처분은 계속 연장될 것으로 알려졌다. 출국금지기간이 연장되는 사유는 “이 씨가 형집행정지자이고, 국익을 현저히 해칠 가능성이 있는 자”라는 것이다.
5일 부산검찰청 담당 공무원은 “이 씨는 지병으로 인해 형집행이 정지됐는데, 가족이 있는 일본으로 갈 경우 돌아오지 않을 것이 분명하며, 북한에서 간첩교육을 받은 자로서 국익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출국금지조치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 씨가 형집행정지의 신분으로 있는 한 출국 길은 평생 막히게 되며, 사면이나 가석방 조치가 내려져야만 출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창익 천주교인권위 사무국장은 “당국의 조처는 비인도적 처우”라며 “70이 넘은 고령인데다 병든 몸인 이 씨가 마땅히 가족과 살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43년 징용으로 끌려가 일본에 정착하게 된 이 씨는 84년 사업차 한국에 입국했다가 간첩혐의로 구속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 씨는 감옥 안에서 지병인 비후성 심근비대증 등으로 건강이 악화되어 95년 형집행정지 처분으로 출감했지만, 가족이 모두 거주하고 있는 일본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이에 지난해 5월 이 씨는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출국금지기간 연장에 대한 행정심판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아직 법원의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당시 소송대리인으로서 문재인 변호사는 “이 씨가 반국가적 활동을 할 염려가 전혀 없고, 민단 중앙본부 단장과 도쿄지방본부 단장 등이 이 씨의 도일치료를 호소하면서 이 씨를 적극 보호, 선도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며 출국금지기간 연장 조치가 부당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씨에 따르면, 지난 1일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는 가족들이 하루종일 이 씨의 도착을 기다리다가 돌아갔다고 하며, 현재 전신 관절에 근육통을 앓고 있어 걷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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