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상영장소 압박…“예정대로” 영화제측
제2회 인권영화제가 상영장소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는 상영 예정지마다 ‘사전심의’를 거부한 인권영화제의 개최에 난색을 표하는 데다, 당국의 외압마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1회 인권영화제도 개막 전 날 상영장소인 이화여대측에서 불가방침이 통보됐으며, 행사기간 내내 서대문구청과 문화체육부의 압력이 계속되는 속에 어렵게 치러진 바 있다.
제2회 인권영화제의 상영장소는 당초 동국대로 예정되어 있었다. 이는 동국대 연극영상학부가 영화제의 공동주관을 맡은 데다 연극영상학부장도 영화제의 개최를 승인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영화제 집행위원회측은 6월경 이미 동국대 학술문화회관에 상영신청을 마친 상황이었다.
그러나, 개막일을 한 달 앞둔 8월 27일 영화제는 첫번째 난관에 부닥치게 되었다. 동국대 송석구 총장이 동국대에서의 상영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최종 통보한 것이다. 동국대에 대한 행정당국의 외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부 보직교수들의 반대여론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대측의 결정은 영화제의 각종 팜플렛과 포스터 제작작업 등에도 차질을 빚는 결과를 가져왔다.
기독교연합회관, “사전심의 받아라”
곧바로 장소 섭외에 나선 영화제측은 우여곡절 끝에 종로5가 기독교연합회관과 홍익대를 상영장소로 선정하게 되었다. 물색 과정에서 후보지로 떠올랐던 명동성당 문화관은 몇몇 신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당 당국의 비협조적 자세 때문에 포기된 경우다.
그러나, 영화제 개막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장소문제는 또다시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9월초 장소사용을 승인했던 기독교연합회관측이 18일 급작스레 영화제 집행위로 연락을 취해, 상영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이다.
연합회관 관리처장은 “문체부와 동대문경찰서에서 연락이 와, ‘영화제를 상영하면 연합회관측이 대단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며 “일단 결정된 일이지만, 사전심의를 받든가 상영을 포기하든가 선택하라”고 말했다. 연합회관측은 동대문경찰서와 문체부측에 다시 연락을 취해본 뒤, 최종 입장을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홍익대의 경우는 한총련 탄압과 맞물려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한총련을 탈퇴하지 않은 홍익대 총학생회는, 최근 경찰측으로부터 학생회 간부에 대한 전원 검거방침이 내려져 영화제 개최에 어려움을 느끼는 상황이다. 이러한 검거 방침이 인권영화제의 개최에 따른 경찰의 압력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안기부․문체부․교육부․마포경찰서 등에서 영화제 개최와 관련해 학교당국에 연락을 취한 사실이 확인됐다.
안기부․교육부․문체부 등 총동원
이에 따라, 인권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있을 수 있는 모든 사태에 대한 대책을 강구중이며, 다음주초 기독교연합회관의 최종 통보와 홍익대 총학생회의 결정에 따라 영화제의 모습이 윤곽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서준식 영화제집행위원장은 “인권영화제는 어떤 장소에서 어떤 형태이던 예정대로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