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 위배되는 사전심의를 거부하고 나섰던 제2회 인권영화제가 거센 비바람을 맞고 있다. 당초 ‘사전심의’ 거부를 빌미로 몰아친 영화제에 대한 탄압은 이젠 4․3항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레드헌트>(하늬영상 제작)에 대한 이적성 시비로 옮겨갔다.
오는 20일부터 상영을 앞둔 제주 지역 역시 안기부와 경찰측의 압력으로 <레드헌트> 상영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제2회 인권영화제 제주집행위원회(위원장 김상근, 목사)측에 따르면 지난 4일 상영예정지인 ‘예인아트홀’ 관계자로부터 불허통보를 받았다. 6일자 <제주일보> <제민일보>등은 일제히 “경찰측은 <레드헌트>가 불법제작된 비디오물로, ‘음반 및 비디오에 관한 법률’ 위반일 뿐 아니라 이적성이 있다고 밝혔다. 만약 계획대로 진행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영화상영을 중단하고 관계자를 전원 사법처리키로 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8일 제주경찰서 보안2계는 제주집행위원회측에 “<레드헌트>를 공안문제연구소에 의뢰한 결과 이적표현물로 판명받았다”며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영화상영을 원천봉쇄하기로 하고 영화제 후원회원 계좌추적에도 들어갔음”을 알려왔다. 압수수색 영장은 “제주연합 사무실, 제주대총학생회 사무실, 제주대 2층 시청각실, 예인아트홀, YMCA 강당(제1회 인권영화제 상영장소)”에서부터 “이외의 상영장소”까지 그 대상을 광범위하게 두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김상근 목사, 이영웅(제주대 국어국문 3년) 씨를 국보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벌일 것임을 통보했다. 이영웅 씨가 대표로 있는 제주대 참여자치 학생연대는 11, 12일 제주대 교내에서 ‘제1회 참여자치 인권영화제’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며, 이 행사에서 역시 <레드헌트> 상영할 예정이었다.
결국 수사당국의 탄압에 따라 제주집행위원회는 10일 “제주도에서 조차 <레드헌트>를 상영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고려해 볼 때 상영에서 제외키로 한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참여자치 학생연대측 또한 <레드헌트>를 상영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인천을 비롯한 10여 개 지역영화제에서는 모두 <레드헌트>를 상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준식 씨의 구속 등으로 당국의 압력이 현실화됨에 따라 각 지역 인권영화제 주최측은 <레드헌트> 상영을 강행하는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앞으로 광주․전주 등 남은 지역에서의 <레드헌트> 상영 여부 및 서준식 씨의 구속과 함께 법정으로 옮겨진 <레드헌트>의 이적성 시비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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