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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다물단 노조와해 시비 재연

두산기계 박덕기 씨 사망 파장


수원시 남수원병원 영안실엔 지난달 30일 사망한 한 노동자의 주검이 2주일째 안치되어 있다.

고인은 두산기계 창원공장에 근무하는 박덕기(29․전 노조 사무장) 씨. 교육을 받기 위해 수원 병점공장으로 출장와 있던 박 씨는, 사건 당일 술자리에서 같은 회사 노동자들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했다. 사건 후 보름이 지나는 동안, 사인도 밝혀지고 폭행당사자들이 구속 또는 불구속 입건되는 등 사건은 하나둘 매듭을 짓고 있지만, 유족과 동료 노동자들은 장례를 미룬 채 영안실에서 농성을 전개하고 있다.

주변 동료들이 박 씨의 죽음을 예사롭게 넘기지 않는 까닭은 폭행당사자들이 ‘극우, 반노조 의식화의 첨병’이라고 비난받아온 다물단의 간부들이었기 때문이다.

다물단은 다물교육연구소(소장 강기준)의 ‘다물교육’을 통해 구성된 조직으로, 양로원 방문이나 놀이터 수리 등의 봉사활동을 벌이는 모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외형과 달리 다물단은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노동기본권인 노조활동을 무력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결국 박 씨 사망은 다물단의 존재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것이 현장 노동자들의 생각이다. 병점공장 노조 부위원장 정귀채 씨에 따르면, 두산기계에서 6백명에 달하던 노조원 가운데 4백여 명이 노조를 탈퇴한 뒤 다물단에 가입했으며, 이들은 집단적으로 노조의 활동을 수시로 방해 또는 무력화시켰다는 것이다. 정 씨는 “다물단은 실질적으로 노조를 깨기 위한 조직”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실제로 다물단은 94년 대우조선의 무쟁의 기록, 95년 현대중공업의 무쟁의 서명운동 등을 통해 노동현장에 급부상하면서 ‘노사화합주의의 전도사’ ‘노조파괴의 주역’으로 지목받아 왔다. 또한 노동자들에게 실시되는 다물교육이 ‘봉사와 희생, 애국애족’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노동자의 희생과 노사 협조’를 강조함으로써 반노조적 흐름을 형성해 왔다는 지적이다.다물교육연구소의 기관지 <북소리>에서는 학생운동․노동운동 일반을 좌익세력의 온상으로 묘사하는 등 극우적 시각도 서슴없이 밝혀왔으며, 최근엔 “노조집행부를 장악해 다물노조를 건설해야 한다”(97년 봄호)는 주장까지 싣고 있다. 두산기계의 다물단도 회사내에 현장사무실과 상근인력을 두고 있으며, 이들은 회사로부터 잔업수당까지 지급받는 등 철저하게 보호를 받아왔다.

박덕기 씨의 사망과 관련, 두산기계 창원공장의 노동자들이 영안실 농성에 합류한 데 이어, 민주노총과 금속연맹 등도 다물단의 해체와 유족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촉구하며 연대투쟁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