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에 대한 검찰 인식 문제 있다”
<레드 헌트>상영과 관련한 서준식(인권운동사랑방 대표) 씨의 구속 한 달째를 맞는 4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는 '다큐멘터리<레드 헌트>는 이적표현물인가?'라는 주제로 문화예술 검열 철폐를 위한 제3차 토론회가 열렸다.
영화인, 대학생, 시민 등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레드헌트가 다룬 제주 4·3 의 본질은 무엇인가?' '레드헌트에 대한 이적규정은 타당한가' '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한 노력은 어떠해야 하는가?' 등을 중심으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4·3은 미국의 학살극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양한권(제주4·3 제50주년 기념사업추진 범국민위원회 사무차장) 씨는 "레드헌트의 이적성 시비는 결국 제주 4·3항쟁에 대한 검찰의 왜곡된 인식에서 비롯된다." 고 진단했다. 그는 "검·경은 기본적으로 4·3을 폭동으로, 주민들을 폭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의회 신고된 1만5천여 명의 희생자 가운데 80% 이상이 군경에 의해 학살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제주도 주민들은 친일잔재의 청산과 통일정부의 수립, 미군정의 지배에 반대하는 투쟁에 나선 것이며, 4·3은 이에 대한 미국의 학살극" 이라고 규정했다.
레드헌트에 대한 이적규정과 관련해 김순태(방송대 법하과) 교수는 "검찰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북한에 동조할 목적으로<레드 헌트>라는 표현물을 소지·운반·취득 했다'고 보고 있지만, 헌법재판소나 대법원 또는 하급심 판례 등에 비춰볼 때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이 없는 경우엔 이적성이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레드헌트는 4·3사건의 진상을 밝힘으로써 학살당한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고 그들과 그 후손들이 입고 있는 '빨갱이 폭도'라는 누명을 벗기는데 기여했다"며 "이는 적을 이롭게 한 행위가 아니라 우리 민중을 이롭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오히려 레드헌트 이적성 시비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력을 소모시키는 검찰의 행위야말로 이적행위"라고 주장했다.
표현의 자유 투쟁, 저변 확산 관건
또한 조광희 변호사는 "이적성이라는 기준 자체가 인류의 양심과 정의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언제나 자기만 옳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이적성'이라는 잣대를 처벌의 근거로 삼는 국가보안법은 법을 가장한 폭력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표현의 자유보장과 관련해 장호순(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는 "표현의 자유는 결코 정부를 설득해서 보장받는 것이 아니다"며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방법은 결국 세력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표현의 자유보장을 위해선 그 옹호자들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는 진보적 개혁세력의 전유물도 아닐뿐더러 진보적 개혁세력의 지지만으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될 수는 없다"며"보수중산층까지도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표현의 자유가 국민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시키고, 범계층적인 연대, 뉴미디어의 활용, 교육제도 개혁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