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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미결수 무죄추정 원칙 지켜라"

서준식 씨, 헌법소원심판 청구


미결수에게 수의(재소자용 의류)를 입히고, 검찰조사 대기 과정에서 수갑을 채우는 행위 등이 헌법에 보장된 '무죄로 추정될 권리' 등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됐다. 지난해 11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서준식(인권운동사랑방 대표) 씨는 3일 대리인인 덕수합동법률사무소(담당변호사 이석태 등)를 통해 미결수 처우와 관련한 헌법소원심판 세 가지를 청구했다.

서 씨가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의 첫번째 내용은 검찰조사 대기 과정에서의 수갑착용문제. 서 씨는 지난해 11월 12일부터 27일까지 2-3일 간격으로 서부지청 소속 담당검사에게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 당시 서 씨는 검사 조사가 없을 때에는 내내 수갑을 찬 채로 대기감방에 구금되었으며, 대기감방에 구금된 상황에서 식사 때는 물론 감방내 변기를 사용할 때도 수갑을 차고 있었다.

이에 대해 청구대리인인 덕수합동법률사무소는 "피고인으로서 구속수사를 받고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다 하더라도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받을 권리가 있다"며, "구속영장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는 권리는 일정한 수용시설에 구속함으로써 자유를 제한하는 것에 그쳐야 하고 그 이상 권리의 제한을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청구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청구인측은 "감방 내에서조차 수갑을 채운 처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헌법 제10조) 신체의 자유(제12조1항) 무죄로 추정될 권리(제27조 제4항) 기본권의 본질적 침해 금지(제37조) 등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번째 헌법소원은 구치소 내의 신문잡지 구독과 관련된 내용이다.

영등포구치소측은 서 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인권하루소식>의 구독을 금지하고, 서 씨가 구독을 신청한 한겨레신문 및 문화일보에 대해 서 씨와 관련된 기사를 수시로 삭제한 채 구독하게 했다. 청구인측은 "이러한 처분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알권리), 평등권, 무죄추정의 권리,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고 헌법소원심판 청구의 이유를 밝혔다. 서 씨가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의 세번째 내용은 이미 93년 12월에도 청구되었다가 각하된 바 있는 미결수 수의착용 문제다.

청구인측은 "아직 유죄확정판결을 받지 않은 미결수용자들의 경우, 그들의 신체를 구속하였다는 것외에는 모든 면에서 무죄인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며 "미결수용자들에게 강제로 수의를 입히는 것은 그의 유죄를 전제로 한 것이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것과 다름없이 보이기 때문에 그의 명예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오고 인격을 침해함으로써 결국은 무죄로 추정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헌법은 세계인권선언(제11조)이나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제14조)의 정신에 따라 무죄추정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으나, 현실은 훨씬 뒤쳐져왔다. 이번 헌법소원을 계기로 미결수 인권문제에 획기적인 조치가 내려지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