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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터뷰> 박래군 씨(구국전위 사건) "양심수들 고통, 고민 컸다"


94년 구국전위 사건으로 구속돼 4년간 복역하고 지난 5일 출소한 박래군 씨(본지 편집인과는 동명이인)로부터 8·15사면을 앞둔 심경과 연행이후 교도소 생활 등에 대해 들어봤다. 구국전위는 당시 "북한의 지령을 받아 남한 내 구축된 지하당"으로 발표된 사건이다.


-8.15 사면을 앞두고 준법서약제가 문제되고 있는데

=준법서약제는 자유롭지 못한 상태로 구금되어 있는 개인들에게 국가권력이 자기의 내심을 드러낼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사상·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명목상으로 전향제도가 폐지된 것은 진일보한 조치이며, 양심수의 석방을 위해 마련한 고육책임을 감안할 때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준법서약제 반대투쟁을 하되, 내용상 대한민국을 인정하지 않고 헌법질서를 준수하지 않는 것처럼 비춰져 수구보수세력들의 역공을 받을 수 있고, 국민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점을 극복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의 개폐가 우선이다. 잔여형기가 많은 사람은 썼으면 좋겠다. 정부수립 50주년을 맞아 양심수들이 조건 없이 석방되었으면 한다.


-경주교도소에서 같이 생활한 박노해 씨가 준법서약서를 썼는데

=그는 사노맹의 이념과 거의 관계가 없을 정도로 변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더 큰 의미에서 이 땅의 모순과 사람들의 고통을 알기 위해 치열하고 부단한 정진을 해 온 것 같다. 징역사는 사람들은 고통을 안고 있다. 고통이 크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준법서약제는 결과적으로 쓰고 안 쓰고의 문제로 나타나는데 모든 양심수들은 엄청난 고민을 느끼고 있다. 상황인식과 자기의 주관적인 상황에서 나온 결론이기 때문에 충분히 존중되어야 하고 의사결정은 개인의 의지에 맡겨두는 것이 좋겠다.


-사건당시 연행·수사과정은

=94년 6월 15일 새벽 1시30분경 집에서 연행됐다. 긴급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남산 안기부 수사과정에서는 수사관 17명이 교대로 강압과 회유를 했고, 잠안재우기 고문이나 협조하지 않으면 아내를 구속하겠다는 협박을 했다.


-교도소 생활은

=수용밀도가 높은 것이 제일 문제다. 일상적인 언어폭력과 일반수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가혹행위가 다반사로 일어난다. 소장과 만나 처우개선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구국전위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나

=방법의 정당성이나 절차상의 미숙함에도 불구하고 80년대 운동과정에서 한국사회 전체에 던져졌던 민족문제와 노동해방 문제를 근원적이고 조직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비합법적 운동이라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