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와 연대해야 모든 노동자가 살 수 있다.”
어떠한 보호막도 없이 정리해고 영순위로 방치되어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함으로써, 노동조합이 노동자 전체의 권리를 옹호해야 한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IMF사태로 인해 고통받는 노동자들 중에서도 가장 먼저 희생당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정규직에 비해 그 열악함이 극심하다. 비정규직 노동자 중 파견 노동자의 노동시간과 임금실태에 대한 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파견 노동자의 주 평균 근무일수는 5.9일, 평균 근무시간은 58.8 시간으로 법정근로시간 44시간을 훨씬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임금 수준이 정규직의 60.3%에 불과할 뿐더러, 여러 사회보장제도의 혜택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해고의 위협이다. 이들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반실업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에, 적은 임금․장시간 노동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연대가 강조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노동유연화 정책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더이상 이들의 문제를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전체 임금 노동자 중 상용직 노동자는 95년 739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현재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에 못 미치는 반면, 계약 기간이 1년 미만인 임시직 노동자는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98년, 근로자파견법의 시행 이후 기업들은 감량경영이란 이름 하에 비정규직을 통한 정규직 대체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는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또 이같이 거대한 비정규직 노동자군은 값싼 노동력의 저수지(pool)로 이용돼, 노동자들 전체에게 노동조건의 악화와 고용불안정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노동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이처럼 노동유연화 정책이 전체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협하자, 노동운동에 있어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을 담당하고 있는 심동진 조직부장은 “민주노총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아우르는 일은 노동조합의 미래를 판가름짓는 중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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