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국내에서 최초로 지역여성노동조합이 창립되었다. <인권하루소식>은 창립 이후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서울지역여성노동조합 임미령 위원장(42)을 만나봤다.
“가장 보람있었던 일이요? 서울지역여성노동조합을 만든 일이죠.” 옆집 아줌마 같은 편안한 인상의 임 위원장이 상기된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말문을 열었다.
“20년 넘게 일했는데 여성노동자의 작업환경은 별로 변한 것이 없어요.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힘도 미약하고요. 그래서 95년부터 뜻맞는 사람들과 외국 사례도 조사하고 구로지역을 중심으로 서울 각 사업장마다 친목회를 결성하며 차근차근 지역노조를 만들 꿈을 키워온 거죠. 작년에 IMF 여파가 밀려들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IMF의 최대 피해자는 여성노동자였거든요.” 실제로 IMF 이후 여성은 해고우선순위 대상자로 분류되어 여성노동자의 수는 지난 상반기에 비해 10.2%나 감소되었고(남성 6.2% 감소) 계속해서 퇴직․권고사직 등을 종용받고 있는 형편이다.
“근로기준법이 있어도 준수되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지난 6일 ‘남녀차별금지법’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앞으로 사업장에서 얼마나 지켜질지도 의문이고. 또한 대다수 여성이 5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에 종사하고 있는데 거기엔 노동조합이라는 것이 없어요. 대사업장의 경우도 여성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7%밖에 되지 않아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내는데는 한계가 많고요. 그래서 이제 우리가 여성노동자의 목소리를 전달하려고 해요. 서울을 시발로 조만간 전국 8개 지역의 여성노동조합이 설립될 예정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힘을 하나로 모아 법이 준수될 수 있도록, 여성노동자의 정당한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온 힘을 모으려고 하고 있고요.”
현재 서울지역 여성노동조합 상근자는 2명뿐. 하지만 25명의 조합원들이 돌아가며 부지런히 조합 일을 보고 있다. 이들은 오전 9시 사무실에 모여 하루일정을 공유하고 회의를 한다. 지역노조이다보니 각 사업장별로 돌아다니며 조합원들을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하루 일과가 되는데, 작은 사업장이 대부분이라 일의 양도 많고 여유시간도 적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또한 아직 사업장별 모임이 친목회형태로 유지되는 곳이 많아 조합원으로 가입시키는 일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미령 위원장은 조합원 모두가 해야할 일, 하고픈 일이 많아 행복해한다고 말한다.
“여성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지역과 업종을 떠나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야할 때입니다. 3백인 이상 사업장의 정규직원을 제외하고는 서울여성노동자 모두가 조합원이 될 수 있습니다. 문은 열려있고 언제나 환영합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임 위원장. 그녀의 얼굴에서 희망찬 서울여성노동조합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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