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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김대중 1년, 그늘진 인권현장의 사람들 ② ‘푸른학교’의 아이들


6학년이 된 재숙이와 다정이(성남 대원초등학교)에게는 며칠 전부터 방과 후 ‘푸른학교’ 선생님과 함께 복덕방과 교회 등을 돌아다니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두 아이들이 다녀온 ‘상대원 푸른학교’는 지난 2월 5일까지 상대원3동 복지회관 지하작업장을 공부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1백50여 명의 아이들이 5명의 선생님들과 함께 방과후에 공부도 하고 저녁도 함께 먹는, 왁자지껄 즐거운 곳이었다. 그러나 2월 5일 재숙이와 다정이의 신나는 공동체는 차가운 겨울 바람 속으로 내몰리고 말았다. 복지회관 측이 철거 인부들까지 동원해서 책상과 집기를 들어내고 공부방을 폐쇄해버렸기 때문이다. 선생님과 함께 작은 발만 동동 구르던 두 아이는 끝내 동생들과 함께 울음을 터트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발품파는 재숙이와 다정이

그후 1-3학년은 노조사무실을 빌려 수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4-6학년은 마땅한 공간을 구할 때까지 임시방학에 들어갔다. 선생님 집을 전전하면서 이어지던 수업마저 중단되자 이제는 푸른학교 되찾기를 어른들에게만 기대할 수 없었던지 재숙이와 다정이는 선생님과 함께 고달픈 발품을 팔기 시작한 것이다.


빈곤가정 아이들의 공동체

푸른학교는 다정이와 재숙이처럼 실직 가정의 자녀와 부모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공간이다. 학교 운영자들은 IMF형 결손․빈곤 가정 아이들이 보이는 소극성, 거친 행동, 비행 등이 푸른학교의 공동체 교육을 통해 사라지고 있다고 전한다. 마치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못했던 아이들의 볼에 살이 오르는 변화처럼…. 푸른학교가 아니라면 거리를 헤맬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가정의 아이들일수록 푸른학교는 빼앗아서는 안 되는 안전장치인 것이다.

그러나 이곳 아이들에 대한 돌팔매는 공부방 퇴출로 끝나지 않았다. 지난 2월 11일 성남남부경찰서는 대원, 중원 초등학교 등에 푸른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명단제출을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일부 교사들이 푸른학교 학생들을 불러내 “거지들이 다니는 학교” “푸른학교는 나쁜 곳이다”라는 상식 이하의 말을 내뱉었던 것이다.

이에 분노한 푸른학교 측과 학부모들은 관련자 문책과 공개 사과 등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한편으로는 관련자에 대한 고발도 준비중이다. “나쁜 어른들을 혼내주기 위해서”라며 많은 사람들이 서명하도록 해달라고 재숙이와 다정이는 각별히 부탁한다.


동심의 상처를 치유하는 길

‘고용안정과 실업자문제 해결을 위한 경기동부대책위원회’가 지난해 10월부터 운영해 오고 있는 푸른학교는 상대원푸른학교를 비롯해 성남시에만 모두 7개가 있다. 7개의 푸른학교에서 7백여 명의 실직․저소득 가정 아이들이 보살핌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 급식비는 실업극복국민운동본부를 통해 지원을 받고 있지만 공부방 장소를 구하고 운영비를 마련하는 것은 각각의 푸른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공부방을 구하러 다닐 때 어떤 아저씨들은 이야기도 듣지 않고 우리들을 나가라고 해요. 어떤 교회에서도요. 그럴 땐 어른들도 착한 일 좀 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우리들은 푸른학교가 좋아요. 빨리 복지회관으로 돌아가고 푸른학교가 계속 계속 됐으면 좋겠어요.” 다정이와 재숙이를 비롯한 상대원 푸른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다시 복지회관에서 생활할 수 있기를 간절히 고대하고 있다. 갈 곳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만이 상처받은 어린 동심들이 치유받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